SK가 나무랄데 없이 잘했지만 결국 승패를 가른 요인은 터지지 않는 삼성 타선이었다. 2차전부터 계속된 삼성 타선의 답답함은 4차전도 예외가 아니었다.

△SK의 집중타

SK의 4차전 선발은 글로버. 66일 만의 실전 투구에 김성근 감독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경기에 앞서 “그저 3·4회 정도만 버텨주면 좋겠어”라고 했을 정도. 그러나 삼성은 먼저 잡은 기회를 놓치며 주도권을 또 SK에 내줬다.

2회 최형우가 2루수 앞 내야안타로 출루한 뒤 글로버의 견제 악송구로 맞은 무사 2루 찬스. 박석민이 희생번트로 1사 3루를 만든 것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이후 희생타 하나를 못쳐 글로버를 끌어내리지 못했다. 조영훈이 중견수 플라이를 쳤으나 최형우가 들어오기엔 너무 짧았고, 박진만이 투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흐름은 SK 쪽으로 흘렀다.

반면 SK는 삼성 젊은 타자들에게 한 수 가르쳐주는 듯 했다.

타순이 한바퀴 돈 4회 정근우와 이호준의 연속 안타를 시작으로 박재홍과 박경완의 연속 볼넷으로 손쉽게 선취점을 뽑았다. 

다음 타자는 전날 쐐기 2루타를 친 박정권. 그를 5번에서 8번으로 내린 김성근 감독의 용병술은 적중했다. 박정권은 우익수 옆 깊숙한 곳에 떨어지는 2타점 2루타를 날렸다. 선동열 감독이 “5회까지는 잘 던질 것”이라며 기대했던 장원삼이 강판하는 순간이었다.

△계투 작전

1라운드 타격전에서 기선을 잡은 SK는 2라운드 계투 싸움에서도 승리했다.

글로버가 5회말 선두타자 박석민을 볼넷으로 내보내자 SK 김 감독은 곧바로 전병두를 마운드에 올려 조영훈을 병살타, 박진만을 헛스윙으로 돌려세우면서 한 수 빠른 수읽기를 보여줬다. 6회 등장한 정우람은 무사 1·2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이영욱을 체크스윙 삼진으로 잡고 송은범에게 물려줬다. 송은범이 채태인 삼진에 박한이를 2루수 땅볼로 잡으며 무실점.

반면 삼성 선동열 감독은 오승환과 권오준에 이어 2차전 선발로 나섰던 차우찬까지 올렸으나 추가 실점의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6회 1사 1루에서 구원등판한 차우찬은 박경완에게 2루타를 얻어맞고 고개숙였다.

△마지막 기회도 놓친 삼성

경기 후반은 다시 삼성의 흐름. 찬스를 계속 만들었지만 적시타가 없었다.

최형우의 2루타와 박석민의 사구로 엮어낸 7회 무사 1·2루.

추격을 위한 1점이 소중한 판에 나온 것은 파울플라이 아웃 2개와 삼진. 번트도 제대로 대지 못해 강공을 선택한 삼성이 낳은 결과였다.
　
8회는 더 답답했다.
　
영욱의 볼넷과 현재윤의 내야안타에 이은 박한이의 볼넷. 그러나 최형우가 삼진을 당하면서 분위기는 다시 가라앉았다. 박석민이 밀어내기 사구로 1점을 뽑았으나 승리를 매조지하기 위해 나선 김광현의 역투에 조영훈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삼성은 셧아웃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