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게 마운드로 이겼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속설을 그대로 입증해준 2010년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독보적인 마운드 최강 자리를 탈환한 SK가 확실히 입증했다. 마운드 운영만큼은 고유의 스타일을 갖고 있는 두 감독의 철저한 지략대결이 이번 시리즈 승부를 그대로 갈랐다.

△SK 마운드 ‘최강 탈환’

SK와 삼성은 마운드 중에서도 불펜이 최강이다.

SK가 우승하기 시작하면서 이뤄진 양강 체제가 최근 살짝 SK 쪽으로 기울었지만, 올해 권오준의 복귀와 안지만·정현욱·권혁 필승 계투조를 앞세운 삼성이 왕좌를 되찾았다.

삼성의 불펜 방어율은 3.35로 전체 1위. 5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53연승을 포함해 58승2패로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실상 불펜의 힘으로 후반기 치고 올라서 페넌트레이스 2위까지 했다.

반면 ‘벌떼군단’으로 불린 SK의 올해 불펜은 김 감독 취임 이후 최악이었다.

채병용과 윤길현은 군에 갔고, 전병두와 정대현도 재활하다 시즌 중반 복귀해 김성근 감독은 “투수가 없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다.
　
반 이후 전병두와 정대현이 합류하고, 선발 송은범이 불펜 변신하면서 서서히 풀렸지만, 정우람과 이승호(20번)만으로 불펜을 꾸렸던 초반 SK는 버거워보였다. 불펜 방어율도 3.83으로 삼성에 뒤졌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서 철저한 마운드 계산으로 그 평가를 완전히 뒤집었다.

△삼성 약점 파고든 SK의 변칙 승부
　
성근 감독과 선동열 감독은 투수 위주로 경기를 꾸리는 대표적인 감독.
　
 감독은 좌·우 투수를 번갈아 기용하며 물량 공세로 틈을 주지 않고, 선 감독은 ‘선발 5이닝, 불펜 4이닝’을 이상적인 마운드 공식으로 생각한다.
　
제로 선 감독은 불펜이 흔들린 가운데서도 한국시리즈에서 이같은 공식을 실행했다. 

그러나 김 감독의 엄청난 변칙 운영에 승부가 갈렸다.

이번 시즌 삼성의 SK 왼손 투수 상대 타율은 불과 2할8리. 특히 왼손타자들은 SK 왼손 투수들에게 1할9푼5리로 못 쳤다.

김 감독은 이 점을 철저하게, 완벽하게 이용했다.

SK의 이번 투수 엔트리 11명 가운데 왼손은 5명. 그 중 한 명은 선발 김광현이었다.

김 감독은 김광현을 제외한 왼손 4명을 4차전까지 거의 매 경기에 연속 투입했다. 정우람·전병두·두 이승호가 줄줄이 올라와 삼성 타자들을 몰아붙였고, 기껏해야 오른손 투수 가운데는 사이드암 정대현과 마무리 송은범 정도만이 마운드에 올랐다.

실제로 3차전에서도 선발 카도쿠라가 일찍 무너지자 이승호(37번)-전병두-정우람이 차례로 삼성 타선을 봉쇄했고, 막판 정대현과 송은범이 올라와 1점을 내주자 이승호(20번)가 올라와 삼성의 추격을 뿌리쳤다.

삼성 타자들은 4차전까지 결국 이 4명의 왼손투수에게 *안타 *점밖에 뽑지 못했다.

선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SK 왼손 투수들을 공략해야 이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시리즈 내내 약점을 철저하게 후벼판 SK의 전략에, 알면서도 꼼짝없이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