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4차전이 열린 19일은 삼성의 올시즌 마지막 홈경기. 은퇴를 선언한 ‘전설’ 양준혁(41)이 선수 유니폼을 입고 대구구장을 밟은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기록의 사나이인 그가 17년 동안 무수히 밟으며 역대 타자 관련 기록을 통째로 바꿨던 주무대, 고향 그라운드가 이제 정말 ‘안녕’이다.

그래서인지 경기전 양준혁은 그라운드에서 훈련하는 후배들을 멀찌감치 떨어져 바라보며 마지막 시간을 음미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SK에 완벽히 제압당하며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만큼 안타까움이 컸다.

양준혁은 “야수들 타격 컨디션이 많이 떨어져 그런지 SK 투수들의 유인구에 너무 쉽게 당하고 있다. 초구 스트라이크도 너무 많이 허용하는데, 이렇게 되면 상대 투수가 선택할 경우의 수가 많아지므로 타자에게 불리하다”면서 “볼카운트가 조금이라도 여유있을 때 적극적으로 공격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상대 포수 박경완의 좋은 리드에 많이 막히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두산과 플레이오프 때까지 후배와 함께 덕아웃에서 경기를 관전하며 조언했던 양준혁은 한국시리즈 들어 상대팀 SK 김성근 감독의 반대로 덕아웃에 앉지 못하고 ‘관전모드’로만 나섰으나, 이날 패배로 이 마저도 끝내게 됐다.

경기후 양준혁은 허탈해하는 후배들을 따뜻하게 다독거리며 이제 선수로, 고참으로 했던 역할을 모두 마쳤다.

이제 당분간 쉬면서 잡힌 일정을 소화하고 내년 미국연수 준비를 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생활하려면 영어학원에 다녀야할 것 같다”고 밝힌 양준혁은 “평생을 공부와 담쌓았는데 이제 글과 싸워야겠다”고 했다. 살짝 미소를 짓긴 했으나 아쉬움이 가득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