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한국 아이스댄스 세계에 알린 피겨 페어 민유라-겜린
ㆍ“아리랑으론 어렵다” 주변 만류에 한국인 자부심 알리고 싶어 고집
ㆍ한복 입고 ‘홀로아리랑’ 맞춰 연기…최하위권 성적이지만 감동은 최고
한복 자락 휘날리며 한복을 입은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이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 경기에서 아리랑에 맞춰 연기를 펼치고 있다. 강릉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한복을 입은 한국 아이스댄스 민유라-알렉산더 겜린이 ‘아리랑’의 선율에 맞춰 은반 위를 누볐다. 경기장에는 태극기를 든 팬들의 뜨거운 함성이 울려퍼졌다.
20일 오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소향의 ‘홀로아리랑’을 배경 곡으로 연기한 민유라-겜린 조는 기술점수(TES) 44.61점, 예술점수(PCS) 41.91점을 합쳐 86.52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댄스 점수 61.22점을 합친 총점은 147.74점. 프리댄스 연기를 한 20팀 가운데 18위에 머물렀다.
자신들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최고점 152.00점에는 못 미쳤지만, 민유라-겜린 조는 16년 만에 한국 아이스댄스의 역사를 썼다. 이전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아이스댄스 선수는 2002 솔트레이크 올림픽의 양태화-이천군 조가 유일했는데 이들은 최하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복과 아리랑 모두 민유라-겜린의 아이디어였다.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국 국적을 택한 민유라와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겜린은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아리랑’을 반드시 선보이고 싶었다. 코치진이 “이 곡으로 하면 출전권을 딸 수 없다”고 만류했음에도 둘은 자신들의 의지를 밀어붙였다. 올림픽 개막 후에도 가사 중에 ‘독도’가 언급된 구절이 논란 끝에 삭제되는 우여곡절도 겪었으나 이들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피겨 여왕’ 김연아도 경기장을 찾았다.
오늘은 미소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이 20일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 경기에서 연기를 펼친 뒤 밝은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릉 | 이석우 기자
이들이 ‘아리랑’을 고집한 것은 한국인이라는 점에 대한 ‘자부심’ 때문이었다. 민유라는 ‘태극마크’에 대한 의미를 묻자 “코리안 프라이드(Korean pride)”라며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엄마가 ‘너는 한국 사람이고 한국말을 알아야 된다’고 하셨다. 나는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 사람”이라고 했다. 겜린도 “한국이 나를 받아줬다”고 말했다.
한국에 아이스댄스의 존재도 알리고 싶었다. 민유라는 “한국에는 김연아 선수 덕분에 여자 싱글이 알려졌지만 아이스댄스는 잘 모르지 않나”라며 “이제는 사람들이 ‘아이스댄스 선수 맞으세요?’라고 물어서 좋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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