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세계 최강’ 쇼트트랙 여자 계주, 비결은?
ㆍ메달 부담감·각국 견제에도 ‘나 아닌 우리’ 팀워크 우선
ㆍ소녀들 모든 변수 이겨낸 승리
김아랑 달려!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김아랑(왼쪽 앞)이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아웃코스를 공략해 선두권으로 치고 나가고 있다. 강릉 | 이준헌 기자
대한민국은 강했다. 넘어져도 일어났고 울면 눈물을 닦아줬다. 서로 손을 잡으며 항상 함께했다. 6번의 올림픽에서 5개의 금메달을 차지했던 저력은 2018년 6번째 금메달로 재확인됐다.
한국의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은 올림픽에 나갈 때마다 큰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세계 최강이라는 타이틀은 영광이지만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압박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3000m 여자 계주가 그렇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구성된 어린 선수들이 감당하기에는 결코 가볍지 않다. 게다가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동계올림픽. 압도적인 응원은 더 큰 힘이 될 수도 있지만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변수와 함께 출발한 대회였다. 이번 대회는 더욱 엄격해진 반칙 규정으로 인해 더욱 가슴을 졸여야 했다. 여자 첫 종목이었던 500m에서는 예선부터 조마다 넘어지는 선수가 나왔고 비디오 판독으로 실격자가 나왔다. 한국의 에이스 최민정은 결승에서 2위를 하고도 실격됐다. 특히 한국 여자 계주는 2010년 밴쿠버 대회의 아픈 기억이 있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4바퀴를 남기고 김민정이 중국의 쑨린린에게 반칙했다며 실격 처리됐다. 당시 올림픽 4연패를 질주하던 여자 쇼트트랙 계주에서 처음으로 제동이 걸렸다.
한국은 언제나 심한 견제를 받는다. 매번 반칙으로 부딪치는 중국의 도전은 거세다. 한국 여자팀은 이마저도 노련하게 넘어섰다.
평창 올림픽에 참가한 계주팀 5명 중 3명이 첫 올림픽 출전이다. 김아랑과 심석희는 소치 대회에서 뛰었지만 최민정과 고교생인 김예진, 이유빈은 올림픽 경험이 없다. 특히 올림픽 계주에만 출전하는 김예진과 이유빈은 엄청난 긴장감과 중압감을 이겨내야 했다. 이유빈은 예선에서 실수도 했다. 첫 차례를 돌다 넘어지는 바람에 한국이 예선 탈락할 위기에도 놓였다. 첫 올림픽 첫 레이스에서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는 뼈아픈 기억이었지만 의연하게 이겨냈고 언니들과 함께 금메달을 따냈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이 빛나는 가장 큰 이유는 악착같고 한결같은 팀워크다. 어린 소녀들이 여러 변수를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다.
서로가 울면 안아줬다. 최민정이 500m에서 실격당한 뒤 같은 방을 쓰는 맏언니 김아랑은 먼저 숙소로 들어가 최민정이 올 때까지 기다렸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에이스인 동생의 충격을 덜어주려 애썼다. 1500m에서 최민정이 우승하고 감격해 울 때도 결승 레이스에서 조력자로 뛰고 4위를 한 김아랑은 다가가 안아주며 격려했다.
시련을 겪어도 팀워크부터 생각했다. 심석희는 500m 탈락에 이어 금메달까지 노리던 1500m 예선에서는 넘어져 탈락했다. 대회 전 폭행 파문까지 겪어 마음고생을 한 심석희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심석희는 1500m 탈락 이튿날인 지난 18일에도 훈련장에 나왔다. 훈련조에서 제외돼 있었지만 자청해서 나가 동료들과 웃으며 함께 링크를 돌았다. 팀의 중심인 자신의 부진 때문에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계주 예선에서 이유빈이 넘어졌을 때도 선수들은 하나가 됐다. 이유빈은 넘어져서도 악착같이 손을 내밀었고, 이미 저 멀리서 터치를 준비하고 있던 다음 주자 김예진을 대신해 최민정이 바람처럼 이유빈에게 달려가 터치하고 달렸다. 일어난 이유빈도 다시 이를 악물고 만회를 위해 집중했다. 넘어진 사이 반 바퀴가량을 뒤졌지만 하나 된 마음으로 놀라운 질주를 펼치면서 대역전, 막내에게 생길 뻔한 큰 상처를 예방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6번째 금메달은 그런 과정을 거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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