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경향 > >

[평창 올림픽]원윤종·서영우 봅슬레이 8년은 ‘뜨거운 눈물’이다

인쇄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입력 : 2018.02.20 22:04:00 수정 : 2018.02.20 22:08:52

ㆍ아스팔트서 중고 썰매로 시작…돈 탓 체중 불릴 땐 싼 음식만

8년 전인 2010년. 성결대 체육교육학과 4학년 원윤종(33·강원도청)은 그저 체육교사를 꿈꾸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한창 시험 준비에 몰두하던 어느 날 우연히 학교 게시판에 붙은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발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원윤종은 호기심에 바로 지원했다. 그리고 한 번에 합격했다.

그 무렵 같은 과 1학년 서영우(27·경기BS연맹)는 고교 때까지 걸어온 육상 선수의 길을 부상 때문에 일찍 포기하고 다른 진로를 알아보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지인 한 명이 찾아와 봅슬레이 대표 선발전 얘기를 꺼냈다. 처음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지만 주위 친구들의 계속되는 설득에 마지못해 참가했다. 결과는 역시 합격이었다.

한국 봅슬레이의 간판인 두 사람이 봅슬레이에 입문하는 과정은 이처럼 달랐다. 그러나 결국 같은 길을 걷게 됐고, 한국 봅슬레이 올림픽 최고 성적을 합작하게 됐다.

처음 봅슬레이 대표가 됐을 때 두 사람에게 주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스팔트 깔린 언덕과 바퀴 달린 중고 썰매 하나가 전부였다. 그들은 눈물을 삼키며 아스팔트 위에서 달리기를 반복했다.

체중 불리기도 쉽지 않았다. 썰매 종목은 선수와 썰매를 합친 무게가 많이 나가야 가속도가 더 많이 붙어 기록을 줄일 수 있다. 원윤종과 서영우는 하루에 최소 5~6끼를 먹었다. 처음에는 돈이 부족해 해외 전지훈련을 가도 비싼 스테이크 같은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래서 뷔페식으로 나오는 호텔 조식을 몰래 싸가지고 와 챙겨먹어야 했다.

2010년 11월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얼음트랙을 타던 순간을 두 사람은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난생처음 얼음트랙에서 썰매를 타 긴장한 탓인지 내려오는 도중 썰매가 전복되면서 얼음을 깨뜨리는 대형 사고를 쳤다. 같이 훈련하고 있던 다른 나라 선수와 코치들로부터 많은 원망을 듣는 가운데 둘은 다짐했다. ‘반드시 정상에 서자’고. 선수들의 다짐은 2015~2016시즌 월드컵 랭킹 1위라는 결과물로 돌아왔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그들은 끝내 시상대에 서는 데 실패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오면서 이들은 남아 있는 4인승 종목에서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믹스트존을 나와 끝내 참고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메달은 없지만, 이들의 8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