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미국 꺾고 ‘사상 첫 4강’ 확정
ㆍ한국, 올림픽 2회 만에 쾌거…‘김가네’ 소치 탈락 아픔 극복
ㆍ“준결승에서 멈추지 않을 것…마늘소녀 말고 예쁜 별명 좀”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20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예선 미국전을 9-6으로 승리하고 준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관중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강릉 | 연합뉴스
“우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팀이 아닙니다.”
한국 컬링의 새 역사는 그냥 쓰인 게 아니었다. 긴 인내와 기다림, 음지에서 묵묵히 준비한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노력의 결과였다. 가시밭길을 지나온 10년의 준비가 마침내 큰 열매를 맺었다.
한국 여자 컬링이 올림픽 사상 첫 4강 진입에 성공했다. 세계랭킹 8위 여자 컬링대표팀은 20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예선 7차전에서 세계랭킹 7위 미국을 9-6으로 제압했다. 5연승을 달린 한국은 예선 전적 6승1패로 단독 1위를 유지하며 남은 2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가장 먼저 4강 플레이오프(PO) 진출에 성공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처음 출전해 8위에 그친 한국 컬링은 올림픽 2회 출전 만에 4강 진출을 이뤄내며 메달에 도전하게 됐다.
한국이 1위를 유지하면 준결승에서 4위와 맞붙게 돼 결승 진출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경기를 마친 결과 스웨덴이 2위(5승2패)에 올라 있고, 영국과 일본이 5승3패로 공동 3위다. 공동 5위 미국과 중국(4승4패)이 그 뒤를 쫓고 있다.
한국은 김초희(리드), 김선영(세컨드), 김경애(서드), 김은정 순으로 각각 2개의 스톤을 던져 승리를 합작했다. 한국은 2-3으로 뒤진 5엔드에 환상적인 샷으로 단숨에 승기를 잡았다. 엔드 막판 한국 스톤 3개가 하우스 중앙(버튼)에 있는 미국 스톤 1개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었다. 스킵 김은정이 던진 마지막 스톤이 하우스에 있던 미국 스톤만 빼내는 신기의 샷으로 연결돼 무려 4점을 따냈다. 한국은 득점에 불리한 선공인데도 상대의 실수 속에 정확한 샷으로 대역전에 성공했다.
한국은 9-6으로 앞서던 마지막 10엔드에 상대의 득점 기회를 완벽히 차단하면서 미국의 백기투항을 받아냈다.
김선영은 “4강은 확정됐지만 아직 경기가 남았고,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남은 경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선영과 김민정 감독은 4강행은 행운이 아닌 오랜 준비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우리는 10년간 담금질된 팀”이라고 했다. 2006년 우여곡절 끝에 경북 의성에 한국 최초의 전용컬링장이 생기고 김 감독이 선수로 뛰던 시절부터 오랜 기간 준비한 결과라는 것이다. 경북체육회 소속인 이번 대표팀은 소치 올림픽을 준비했지만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선수들은 실망하지 않고 평창 올림픽을 바라보고 훈련에 매진해 기어코 태극마크를 달았다. 대표팀으로 선발된 뒤에는 대한컬링연맹의 집행부 내분으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도 이어졌다.
하지만 오랜 기간 담금질된 ‘김가네’는 위기에서 더욱 뭉쳤다. 선수들은 경북체육회의 도움으로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고 강팀을 상대하며 자신감을 쌓아갔다.
김 감독은 “살아 있는 눈빛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집중하겠다”며 4강 기적에서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의성 출신이라 우리 선수들을 ‘마늘소녀’라고 부르던데 예쁜 우리 선수들에게 좀 더 예쁜 별명을 붙여달라”며 웃었다. 끝으로 김 감독은 아버지이자 경북 컬링의 대부인 김경두 경북컬링협회 부회장이 올림픽 직전 선수단과 자신에게 건넨 말을 전하면서 “선수들 모두에게 꼭 살아서 돌아오라고 말씀하셨어요. 우리는 꼭 살아서 돌아갈 겁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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