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2골5패…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27일의 여정
ㆍ서먹했던 선수들, 한 달 만에 똘똘 뭉친 모습 감동 안겨
ㆍ마지막 경기 전 함께 ‘셀카’…언니 동생 부르는 사이 돼
남북 ‘뜨거운 포옹’…희망을 보았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마지막 경기인 20일 스웨덴과의 7·8위 순위결정전이 끝난 후 남측의 최지연(왼쪽)과 북측의 황충금이 뜨겁게 포옹하고 있다. 강릉 | 연합뉴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두 손을 맞잡은 것은 2000년 6월14일이었다. 다음날 6·15 선언이 나왔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는 북한 선수단이 참가했다. 응원단은 큰 관심을 끌었다. 분위기가 급격하게 냉각된 것은 2006년 10월9일이었다. 북한은 1차 핵실험을 했다.
단일팀 35명 중 2000년 이후 출생 선수가 8명. 갈라져 쌓인 세월 속 더 멀어진 틈을 메울 수 있는 실마리를 열일곱, 열여덟 선수들이 찾았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20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마지막 경기인 스웨덴과의 7~8위전에서 1-6으로 졌다. 기록지에는 5전 전패라는 숫자가 남았지만, 올림픽 역사와 우리 사회 전체에 더 중요한 의미를 남겼다.
지난달 25일 북한 선수들 12명이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 합류했다. 북한 선수 1명, 대표팀 선수 2명이 붙어 전술미팅으로 단일팀이 시작됐다. 진옥, 최정희의 생일잔치로 조금 더 가까워졌다.
연습과 경기가 이어지면서 단일팀은 조금씩 하나가 됐다. 훈련이 끝난 뒤 정리시간 때 북한 막내 황설경(21)과 대표팀 막내 중 한 명인 정시윤(18)은 퍽을 갖고 장난을 쳤다. 마지막 경기를 앞둔 19일 훈련 때는 여기저기 모여서 ‘셀카’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대표팀 이연정(24)은 “몇 명은 사진을 인화해서 줬는데, 같이 못 찍은 선수들은 좀 아쉬워요. 나중에 사진 뽑아서 주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두 한반도가 그려진 같은 유니폼을 입었다. 남북을 가리지 않고 서로 ‘언니’ ‘동생’이라고 불렀다. 이날 골을 넣은 대표팀 맏언니 한수진(31)은 “초반엔 되게 서먹했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거 없다. 다들 수진 언니라고 부른다”고 했다.
한 달 동안 쌓인 우정의 높이만큼 경기력도 좋아졌다. 세계 5~6위 팀들과의 격차는 조별리그 때 0-8이었지만 경기를 치르면서 점점 좁혀졌다.
단일팀의 한 달간 여정이 끝났다. 단일팀 어린 선수들이 보여준 희망의 길은 아직 열려 있다. 깊어진 골을 메울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였다. 세라 머리 총감독은 “단일팀이 다시 구성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관계는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 김향미(22)는 “자기 기술을 많이 늘리고 싶다”고 말했다.
머리 총감독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스포츠는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대단한 힘을 지녔다. 어제(19일) 마지막 연습이 끝나고 서로 모여 끌어안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봤다. 우정이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스포츠는 어떤 장벽이든 무너뜨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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