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가 몰려온다. ‘워낭소리’를 비롯해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할매꽃’ ‘살기 위하여-어부로 살고 싶다’ 등 상반기에만 6편이 개봉된다.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 개봉·흥행 신기록·진기록.

# ‘우리학교’, 최고 흥행에 공동체상영도

‘우린 액션배우다’(2008) ‘우리학교’(07) ‘비상’(06) ‘사이에서’(06) ‘송환’(04) ‘영매:산자와 죽은자의 화해’(02) ‘낮은 목소리: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1995)….

관객들에게 주목받은 국내 다큐 개봉작이다. 한국영화연감에 따른 흥행 베스트 5(전국 기준)는 ‘비상’(3만9072명) ‘우리학교’(3만4439명) ‘사이에서’(2만4595명) ‘송환’(2만3496명) ‘영매:산자와 죽은자의 화해’(1만2700명)이다.

이 가운데 김명준 감독의 ‘우리학교’는 새로운 배급방식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특정단체 등의 요청으로 현지에서 이뤄진 국내외 ‘공동체상영’이다. 고영재 프로듀서에 따르면 ‘우리학교’는 국내에서 2007년 8월 현재 597회에 걸쳐 4만9000명이 관람, 극장(고PD 집계 4만6800명)보다 수익금이 더 많았다. 외국에선 7개국(일본·중국·호주·미국·캐나다·프랑스·독일)에서 시행됐다.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는 해방 이후 극장에서 개봉된 첫 독립영화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소재로 한 이 장편 다큐는 1995년 4월29일 피카소·동숭시네마텍·뤼미에르에서 개봉, 5592명(한국영화연감)이 관람했다.

# ‘워낭소리’, 선댄스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워낭소리’는 올해 기축년(己丑年)에 개봉되는 첫 다큐이자 첫 한국영화다. ‘소띠 해’를 여는 ‘소(牛)영화’로 영어제목이 ‘Old Partner’다. 30년을 함께 한 농부와 소가 어떤 사이인지를 말해준다. 워낭은 마소의 귀에서 턱 밑으로 늘여 단 방울. 극중에서 그것이 내는 소리는 소와 주인을 이어주고, 그들이 살아있음을 알려준다.

독립영화계는 ‘독립영화 배급사 네트워크’(가칭)를 구성, ‘2009 다큐멘터리 공동 마케팅’ 1호 작품으로 ‘워낭소리’를 선정했다. 홍보대사를 ‘다큐프렌즈’로 명명, 첫 다큐프렌즈로 방은진 감독과 배우 권해효를 위촉했다. 이들은 ‘워낭소리’ 이충렬 감독과 고영재 프로듀서 등과 함께 무대인사에 나서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워낭소리’는 국내외 영화제를 통해 작품성은 물론 오락성도 인정받고 있다. 독립영화제 가운데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선댄스영화제 다큐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고, 이에 앞서 지난해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PIFF 메세나상’(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서울독립영화제 2008에서 관객상도 받았다.

올해 제25회 선댄스영화제는 1월15~25일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열린다. 이 영화제 ‘월드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한국 다큐는 ‘워낭소리’가 처음이다. 비전향장기수의 삶을 그린 김동원 감독의 ‘송환’은 선댄스영화제에 다큐 경쟁 부문이 신설되기 전인 2004년에 ‘월드시네마 다큐멘터리’ 부문에 초청된 뒤 ‘표현의 자유상’을 받았다.

# ‘정의의 진격’, 국내 다큐 수출 원조

한국영상자료의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에서 다큐멘터리를 검색하면 515편이 뜬다. 이 가운데 관계기관의 심의를 받은 작품은 36편이다. 제작연도가 명기된 가장 오래된 다큐는 미국인 E.버튼 홈스의 ‘한국-Korea Elias Burton Holmes의 기행기록영화’(1899)다. 5분짜리로 필름과 스틸 10커트가 남아 있다. 심의를 받은 작품 중 가장 오래된 다큐는 전창근 감독의 ‘민족의 성벽’(1947)이다. 국군창설 이전의 육상경비대인 포병단의 일상생활과 교육훈련 과정을 담았다. 필름 등 전해지는 지료가 전무하다.

한국전쟁 당시 찍은 작품 중 한형모 감독의 ‘정의의 진격’은 다큐 수출 1호작이다. 한국영화사연구소 정종화 연구원의 ‘한국영화사’에 따르면 ‘정의의 진격’은 3년에 걸쳐 2부작으로 완성됐다. 1954년 7월9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1951년작 ‘정의의 진격’이 태국에 수출됐다. 이 작품도 필름 등 남아있는 자료가 전무하다.

다큐 가운데 세계적 주목을 끈 첫 작품은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다. 야마가타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오가와 신스케상, 브뤼셀 국제독립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고 뉴욕여성영화방송인협회의 ‘세계 여성영화 23선’에도 선정됐다. 3대 국제영화제로 손꼽히는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받았다. 이 부문에 초청받은 다큐로는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의 삶을 다룬 홍형숙 감독의 ‘경계도시’(2002)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