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가 살아야, 한국영화가 삽니다’

독립영화인들이 11일 오후 3시 광화문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주제이다. <워낭소리> 제작자인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총장이 사회를 맡은 간담회에서 이충렬(워낭소리)·양익준(똥파리)·박정숙(동백아가씨)·안해룡(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문정현(할매꽃) 감독은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영화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면서 ‘다양성영화 마케팅 지원사업’ 폐지 등을 들었다.

영진위는 다양성을 위해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 저예산영화 등에 편당 2천만~5천만원을 개봉 비용으로 지원해 왔다. <낮술> <워낭소리> <동백아가씨> <우린 액션배우다> 등 최근 독립영화 화제작들은 영진위의 지원에 힘입어 개봉했다.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할매꽃> 등도 영진위의 지원을 받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일본의 ‘재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에서 모금한 돈으로 만들었다. 일본에선 8000여명이 관람했다. 안해룡 감독은 “개봉하려면 3~4000만원이 드는데 이는 제작비를 상회한다”면서 “1년여를 소요한 끝에 영진위의 개봉 지원 덕분에 오는 26일 개봉하게 됐다”고 밝혔다.

<동백아가씨>는 지난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올해의 좋은 영상물’ 수상작 2편 중 하나이다. 제작된 지 3년 만인 지난해 11월 개봉됐다. <할매꽃>은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과 서울독립영화제 올해의 독립영화상 수상작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받았다. 제작된 지 2년 만인 다음달 19일 개봉된다.

반면 <똥파리>는 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지원사업이 2008년을 끝으로 폐지됐기 때문이다. <똥파리>는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박찬옥 감독의 <질투는 나의 힘>에 이어 한국영화 가운데 세번째로 올해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인 타이거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처럼 독립영화는 완성도에 관계 없이 극장을 잡는 게 쉽지 않다. 이충렬 감독은 “다른 독립영화도 <워낭소리>처럼 만들면 된다는 논리가 퍼질까봐 지금의 성과가 마냥 좋지만은 않다”면서 “<워낭소리>가 영진위 지원(4000만원)을 받지 못했으면 개봉이 힘들었고 지금의 성과도 없다”고 토로했다. 고영재 사무총장은 “독립영화는 영화산업 전반을 떠받치는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며 “독립영화가 살아야 한국영화도 살 수 있다”고 역설했다.

<배장수선임기자 came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