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다큐영화 한 편이 입춘 영화계의 새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돈 1억원을 들인 독립영화 ‘워낭소리’가 개봉 보름 만에 10만 관객을 눈앞에 두는 쾌거를 이룬 것. 2일 ‘워낭소리’의 배급사 인디스토리는 “3일 아니면 4일 정도에 누적 관객수 1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라면서 “독립영화사상 최고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기록은 100억원짜리 블록버스터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모으는 수익률과 같다. 예상을 뛰어넘는 ‘워낭소리’의 괴력에 독립영화인뿐만 아니라 충무로 관계자들까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과속 스캔들’과 맞먹는 흥행속도=‘워낭소리’를 상영 중인 멀티플렉스 CGV의 한 관계자는 “극장 스크린 수를 감안하면 최근 흥행작인 ‘과속 스캔들’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은 속도”라며 “좌석 점유율이 박스오피스 1위인 ‘적벽대전2’에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흥행 추세는 다큐멘터리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이송희일 감독의 극영화 ‘후회하지 않아’, 독립영화 최대 흥행작인 ‘원스’를 앞선다. 현재 입소문이 퍼지면서 방학을 맞은 학생부터 장년층 노인 관객까지 몰려들고 있어 ‘원스’가 기록한 전국 22만 관객을 이달 내로 넘어설 전망이다. ‘워낭소리’는 전국 7개 스크린에서 시작해 현재 36개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다. 인디 스토리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전국 각 극장에서 상영 요청이 쏟아지고 있지만 최대 42개관에서만 한정 상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디지털시대 아날로그 감성의 승리=워낭은 소의 턱밑에 달린 놋쇠로 된 작은 종. IMF 경제위기를 겪었던 이충렬 감독이 농부였던 아버지의 삶에 주목해서 3년 만에 완성한 작품이다. 경북 봉화 하눌마을에 사는 여든살의 농부와 그가 30년을 키워온 마흔살 된 늙은 소가 주인공. 영화는 워낭소리를 매개로 농부와 소의 소통을 그리면서 나이듦과 죽음, 이별에 대해 얘기한다.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한동안 먹먹했다”면서 “워낭소리처럼 큰 울림이 있는 영화”라고 극찬했다. 속도를 미덕으로 한 디지털시대의 한 가운데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아날로그에 천착하여 일궈낸 쾌거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