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가 11일 현재 4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28일 만에, 30만명을 넘은 지 3일만에 40만9226명을 기록했다. 그간 상영된 독립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관객을 한 달도 안 되는 단기간에 동원한 것이다. 독립영화 역대 최고 흥행작은 아일랜드 작품 ‘원스’로 2007년 9월 20일에 개봉, 2008년 2월 6일에 종영할 때까지 139일 동안 22만6220명(배급사 집계)을 동원했다.

닮은 꼴 동반자인 할아버지와 소가 자아내는 휴머니즘, 삭막한 도시 및 초스피드 시대와 상반되는 농촌의 정경과 소걸음 등 느림의 미학…. <워낭소리>의 질주는 이같은 점이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제작진이 내건 이 영화의 장르는 ‘감동 다큐멘터리’, 제작사 이름은 ‘스튜디오 느림보’이다.

배급사 인디스토리에서 밝힌 <워낭소리> 상영관은 98개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올라있는 스크린 수는 167개(12일 기준)이다. 98개 극장에서 최다 167개 스크린에서 <워낭소리>가 상영됐다는 걸 말한다.

<워낭소리> 고영재 프로듀서는 이에 대해 11일 ‘독립영화가 살아야, 한국영화가 삽니다!’ 기자간담회 때 “앞으로 극장이 더 늘어나더라도 10여개 내외로 한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낭소리>를 필름이 아니라 HD로 찍은 점을 든 뒤 “통합전산망에 가입한 영화관 361개 가운데 40%의 극장에서, 2132개 스크린 중 최소 25% 이상의 스크린에서 디지털 상영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밝혔다.

그러나 초기에는 디지털 상영이 가능한데 <워낭소리>가 필름으로 찍은 게 아니라는 점을 들어 외면하는 극장이 많았다. 디지털 장비 설치를 배급사에 요구하던 극장도 적지 않았다. 독립영화라고 무시한 것이다. 그런데 관객들 반응이 뜨겁자 디지털 시스템을 가동하고, 시스템을 새로 갖추겠다면서 파일을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고영재 프로듀서는 “제작비 규모·마케팅 비용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상영작 프로그래밍 관행이 지속된다면 제 2, 제 3의 <워낭소리>는 나올 수 없다”면서 “극장측의 디지털 영화에 대한 인식 변화와 디지털 환경 개선, 영화진흥위원회의 개봉 지원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워낭소리>가 메트로 시사회 작품으로 선정되면서 서울 전역의 지하철을 통해 포스터를 릴리즈할 수 있었다”며 “공공적인 마케팅 방식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장수 선임기자 came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