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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컬링 자매들이 선물한 ‘행복 드라마’…벌써 설레는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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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25 13:39:01 수정 : 2018.02.25 23:04:52

ㆍ아무도 주목 않던 비인기 종목서 ‘국민 신드롬’ 일으켜
ㆍ아시아 첫 은메달 쾌거… 연맹 ‘환골탈태’ 초석도 다져

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왼쪽부터)이 25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결승에서 스웨덴에 패해 은메달이 확정되자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릉 | 이준헌기자

한달 전 한국 컬링을 주목한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얼음판에 돌을 던져 빗자루로 닦는 희한한 종목.’ 보통 사람들의 상식은 이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스포츠를 좀 안다면 ‘캐나다와 유럽이 세고 아시아에서도 우리는 아직 어려울걸’이라고 생각하는 정도였다. 비인기종목 컬링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채 한달이 걸리지 않았다. 한국 컬링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응원을 받고 아시아에서 최고 성적을 낸 팀으로 우뚝 섰다. 평창의 컬링 기적은 대한민국을 감동시켰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25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결승전에서 3-8로 패해 은메달을 따냈다. 선수들은 아쉬움에 고개를 떨궜지만 관중들은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그들을 화면으로 지켜본 팬들의 마음도 똑같았다. ‘김가네 자매’들이 보여준 아름다운 도전과 그들이 선사한 ‘행복한 컬링 드라마’의 여운을 곱씹었다.

컬링 바람은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기 전에 시작된 믹스더블(혼성)팀이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친 게 계기가 됐다. 20대 초반의 이기정-장혜지 조의 통통 튀고 자신감 있는 투구로 컬링을 보는 사람이 늘었다. 여자 대표팀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대표팀은 세계랭킹 1위 캐나다를 첫판부터 잡아내며 놀라움을 안겼다. 2차전에서 일본에 패했지만 이후 예선전에서 승승장구했다. 스킵 김은정을 중심으로 김영미·김선영·김경애·김초희로 이어진 경북 의성 출신의 김가네 컬링 자매의 스토리가 알려지면서 더욱 관심을 받았다.

김은정이 투구 후 스위핑을 하며 소리쳐 부르는 ‘영미’는 어느새 ‘국민 영미’로 불리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경기장을 찾는 팬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고 온라인에서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컬링의 섬세한 작전을 알게 되면서 ‘빙판 위 체스’ 컬링의 묘미에 빠져드는 사람이 더욱 늘어났다.

휴대전화를 반납하고 오직 경기에만 집중한 여자 대표팀은 마침내 기적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김가네 컬링 자매들이 빙판에 던진 스톤에 함께 울고 웃었다. 4년 전 소치 올림픽에 처음 참가해 8위에 머물렀던 한국 여자 컬링은 평창에서 값진 은메달을 획득했다.

고난 끝에 찾아온 열매이기에 더욱 달콤했다. 김가네 자매들은 소치 올림픽에서는 최종 대표 선발전에서 패하면서 올림픽 출전에 실패한 아픔을 딛고 4년 만에 세계 정상급으로 올라섰다.

음지에서 묵묵히 도전한 한국 여자 컬링은 평창에서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대한컬링경기연맹에 등록된 선수는 800여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 컬링 경기장은 5곳뿐이다. 평창에서 분 컬링 열풍을 발전의 토대로 만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연맹은 집행부 내분으로 아직 대한체육회 관리위원회의 임시 체제로 꾸려가고 있다.

관리위원회 최은기 사무처장은 “대표팀의 선전과 많은 분들의 관심에 감사드린다”면서 “컬링 열기를 이어갈 수 있게 차기 집행부를 잘 구성하고 장기 계획의 토대를 세우는 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김가네 자매들이 쏘아올린 평창 기적을 이어갈 수 있는 관심과 지원이 계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