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한국, 아시아 최초로 4인승 봅슬레이 올림픽 은메달
“우리가 해냈다” 원윤종, 김동현, 전정린, 서영우(왼쪽부터)로 구성된 한국 남자 봅슬레이 4인승 대표팀이 25일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4차 주행 직후 은메달이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평창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건곤감리’가 한데 엉겼다. 하나가 된 태극기, 하나 된 마음이 역사를 만들었다. 아시아 봅슬레이 사상 최초의 올림픽 은메달.
원윤종(33)-전정린(29·이상 강원도청)-서영우(27·경기BS경기연맹)-김동현(31·강원도청)은 “우리가 해냈다”고 포효했다.
한국 봅슬레이 오픈 4인승팀은 25일 평창 알펜시아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끝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오픈 4인승 경기에서 1~4차 주행 합계 3분16초38을 기록, 파일럿인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가 이끄는 독일 팀(3분15초85)에 이어 은메달을 따냈다. 니코 발터가 이끄는 다른 독일 팀(3분16초38)과 100분의 1초까지 기록이 같아 공동 은메달이었다.
‘원팀’으로 똘똘 뭉쳐 이뤄낸 값진 결과였다. 지난해 11월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월드컵 3차 대회에서 공식 훈련을 하던 도중 원윤종이 탄 썰매가 두 번이나 뒤집어지면서 그만 크게 다치고 말았다.
이용 대표팀 총감독은 “원윤종이 한 번도 실수하지 않았던 코스에서 그랬다. 목, 어깨, 허리, 허벅지까지 부상을 입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이 감독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당시 남자 2인승팀은 원윤종-서영우 조와 김동현-전정린 조 두 팀이 있었다. 다른 국가들처럼 팀마다 개별 코치가 붙어 있는 게 아니라 팀 단위로 움직였기 때문에 귀국 결정을 내리면 김동현-전정린 조도 같이 돌아와야 했다.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서는 두 팀 모두 일정 수준 포인트를 쌓아야 하는데 중도 귀국하면 그게 불가능했다. 그러면 개최국에 주어지는 출전권 1장만 남게 되고, 이는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성적을 내온 원윤종-서영우 조에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 감독의 선택은 후자였다. 이 감독은 김동현을 찾아가 상황을 설명했다. 많이 서운해할 줄 알았는데, 김동현은 즉시 “알겠다”고 했다. 이 감독은 “김동현도 내심 4인승에 집중하고 싶었던 것 같다. 다만 파일럿을 5~6년 해오다 보니 자존심 상해서 말을 못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하나로 뭉친 4인승팀은 몰라보게 강해졌다. 홈트랙 훈련도 결실을 봤다. 경기를 앞두고는 순서 추첨에서도 행운을 잡았다. 한국 4인승팀은 참가국 중 세계랭킹이 가장 낮았다. 이번 대회에서 세계랭킹 최하위 7개 팀은 추첨을 통해 앞 순위인 1~5번 그리고 28·29번에 배치됐다. 썰매 종목은 경기를 치를수록 트랙 위 얼음이 깎이고 파이면서 노면 상태가 나빠진다. 뒤에 탈수록 불리하다. 한국은 추첨을 통해 첫 번째로 타게 되는 행운을 잡았다. 그리고 1차 주행을 2위로 마치며 선전한 뒤 그 기세를 이어가 은메달을 손에 넣게 됐다.
은빛 훈장을 목에 건 4명의 전사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개개인의 기량은 뒤질지 몰라도 네 명이 뭉치는 힘은 우리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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