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경향 > >

[평창 올림픽]이승훈, 서른 즈음에…그는 더 강력해졌다

인쇄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입력 : 2018.02.25 23:06:01 수정 : 2018.02.25 23:10:45

ㆍ남자 매스스타트 금…올림픽 초대 챔피언 ‘영예’
ㆍ아시아 빙속 최다 5개 메달…“베이징 올림픽서도 뛸 것”

이승훈이 지난 24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딴 뒤 시상식에서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호하고 있다. 강릉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달릴수록 강해졌다. 2010년 밴쿠버의 20대보다 2018년 평창에서의 30대가 훨씬 강력했다.

이승훈(30)은 지난 2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매스스타트 올림픽 초대 챔피언이자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8년 만에 따낸 금메달. 이승훈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은메달 1개씩을 추가해 아시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역사상 가장 많은 5개의 올림픽 메달을 품에 안았다.

이승훈은 역대 세 차례 올림픽 중 이번에 가장 많은 레이스를 치렀다. 2010년 밴쿠버와 2014년 소치에서는 5000m와 1만m, 팀추월까지 3개 종목에 출전했다. 밴쿠버에서는 1만m 금메달과 5000m 은메달을 따냈고 소치에서는 팀추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새롭게 매스스타트가 추가된 평창에서 무려 4개 종목에 출전하는 강행군을 했다. 예선·결승 포함 2주 동안 총 7차례 레이스에 나서 3만7400m를 달렸다.

그럼에도 기록과 성적이 역대 최고다. 오히려 20대였던 소치나 밴쿠버 때보다 더 빨리 달렸다. 체력과 지구력도 더 강해졌다. 5000m(6분14초15)와 1만m(12분55초54)에서 모두 소치는 물론 8년 전 밴쿠버에서의 기록도 단축했다. 5000m 5위, 1만m 4위에 이어 팀추월 2위, 그리고 매스스타트에서 1위에 올라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정복했다.

빙상 강국의 유럽 선수들에 비해 신체조건이 약한 아시아 선수로서 이승훈은 고른 종목에서 세계 최강권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팀추월에서도 아직 10대인 김민석(19), 정재원(17)을 이끌고 은메달을 따냈다. 공기저항을 막아내며 페이스를 끌어야 해 가장 힘들다는 맨 앞자리에서 레이스의 절반 이상을 소화해냈다. 장거리 선수임에도 최대 강점인 막판 스퍼트는 평창에서 가장 빛났다. 총 16바퀴 중 마지막 바퀴가 가장 중요한 매스스타트 결승전에서 13바퀴째에 8위, 14바퀴째에 6위로 서서히 페이스를 올린 뒤 15바퀴째에 2위로 치고 나와 무서운 속도로 결승선을 1위로 통과했다.

함께 준비해온 후배들은 선배 이승훈을 ‘연습벌레’라고 부른다. 무려 4개 종목에 출전하는 데 대해 경외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해 7월 결혼했지만 신혼여행도 가지 못했을 정도로 이승훈은 오로지 두 번째 금메달을 위해 노력을 쏟아왔다. 그 노력은 평창에서 ‘최초’와 ‘최다’ 타이틀로 결실을 맺었다. 이제 이승훈은 아시아 스피드스케이팅의 레전드다.

이승훈은 멈추지 않는다. 이승훈은 “베이징에서는 지금보다 더 멋진 모습을 보여드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4년 뒤 이승훈은 지금보다 더 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