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힘드네요.”

김광현(20·SK)은 9일 광주 KIA전을 마친 뒤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다승 타이틀 경쟁을 두고 한 얘기였다.

7월21일 이후 윤석민에게 공동선두를 허용한 이후 단독 1위는 참 힘들었다.

하지만 올림픽 이후 양상이 달라졌다.

전반기까지 12승으로 단독 1위였던 윤석민이 1승에 그친 사이, 11승으로 뒤를 쫓던 김광현은 두 차례 등판에서 모두 승수를 쌓았다.

그리고 올림픽 이후 세번째 등판이었던 이날 8이닝 완벽 피칭으로 14승째를 거두며 50일 만에 다승 1위 자리를 되찾았다.

김광현은 8이닝 동안 단 2안타 1볼넷만 내주고 KIA 타선을 꽉 틀어막았다.

삼진은 3개를 잡았다. 하지만 땅볼과 플라이를 엮어내며 능수능란하게 KIA 타자들을 잡았다. SK 김성근 감독도 “테크닉으로 상대를 맞혀잡는 모습이 분명 한 단계 성숙한 느낌”이라고 칭찬했다.

최근 몸살을 앓으면서 컨디션이 조금 떨어진 상태였다. 시속 150㎞까지 나오던 구속도 147㎞에 그쳤다.

하지만 위기는 한 차례도 없었다. 3회말 1사후 8번 김주형에게 내준 볼넷에 이어 4회말 선두타자 이종범에게 내준 2루 내야안타와 8회말 역시 선두타자였던 이현곤에게 맞은 좌전안타가 이날 주자를 출루시킨 전부였다. 그밖에 5이닝은 전부 삼자범퇴.

14승을 올려 다승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간 김광현은 방어율도 2.74로 낮추며 5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승률도 7할7푼8리로 올려 2위가 됐다.

이제 SK가 남은 경기는 22경기. 김광현은 4~5차례 더 등판할 수 있다. 후반기 3차례 등판 3연승. 이 기세대로라면 다승왕 욕심도 절대 무리가 아니다.

김광현은 “등판할 때마다 타선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오늘도 초반 많은 점수를 뽑아줘 편하게 던졌다”며 “구속은 평소보다 덜 나왔지만 다행히 컨트롤이 잘 돼 볼끝이 좋았다. 삼진은 많지 않았지만 잘 던진 것 같다. 이제 조금씩 고등학교 때처럼 ‘나다운’ 피칭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타이틀에 대해서는 “많이 욕심 부리지는 않지만 다승과 방어율·탈삼진 부문 모두 가시권에 있으니 무리하지 않는 한 되는 대로 도전해 보겠다”고 당당히 밝혔다. 광주|김은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