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에서 백조로.’

삼성 신명철(30)은 이번 포스트시즌이 절박했다.

지난해 롯데에서 트레이드돼 자리잡으며 주전 2루수로 입지를 굳히는가 했지만 올시즌 부진으로 후보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시즌 타율 1할8푼4리. 부끄럽기 그지 없는 성적표.

그가 부진한 사이 내야에는 박석민·조동찬·채태인 등 ‘젊은피’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베테랑 박진만과 김재걸도 여전히 건재했다.

그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탈락할 수도 있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팀으로서도 재능은 있지만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는 그가 안타까웠다. 어느새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됐다.

그래도 어렵게 가을잔치에 기회를 잡았다. 그래서 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마침내 올시즌 내내 별러왔던 방망이를 가장 중요한 순간에 힘껏 폭발시켰다.

신명철은 4-4로 팽팽한 연장 14회초 2사 1·2루에서 두산 이용찬의 빠른볼을 받아쳐 좌익수 김현수 키를 넘기는 싹쓸이 2루타를 날렸다. 8회부터 시작돼 깨질 것 같지 않았던 기나긴 0의 행진을 깨는 벼락같은 한방이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발 출전해 안타 3개를 날리며 활약했지만 이날은 선배 김재걸이 선발 2루수로 나서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신명철. 기회가 없을 것 같았지만 긴 연장 행진이 이어지면서 11회초에 대타로 타석에 섰다. 2차례 범타로 물러난 뒤 찾아온 14회초 기회에 기어코 일을 냈다.

상대는 올시즌 한 차례 맞붙어 삼진을 당했던 신예 이용찬. 150㎞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볼을 던지는 그를 상대로 신명철은 직구를 노리고 들어와 빨랫줄 같은 깨끗한 2루타로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신명철은 “직구 하나만 노리고 들어간다고 생각했는데 맞는 순간 ‘됐구나’하는 느낌이 왔다”고 짜릿한 순간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