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정(21)은 유신고 시절 어느 포지션에서나 빛을 냈다. 투수로서 시속 140㎞대 후반의 공을 뿌렸고, 타자로서도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할 만큼 재능이 넘쳤다. 야수로도 맡아보지 않은 포지션이 없다. 현재 SK에서 맡고 있는 3루수를 비롯해 포수에 1루수·2루수·유격수·외야수까지 어디에다 놓아둬도 제몫을 다하는 선수였다. 최정은 “2루수를 맡은 횟수가 가장 적었다”고 기억했다.

‘유틸리티맨’ 최정은 30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 때도 다재다능함을 뽐냈다. 5번 타자 겸 3루수로 출전해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최고였다.

전날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결승 홈런을 쳤던 최정은 4차전에서도 또 결승타를 쳤다. 1-1로 맞선 4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좌익선상의 2루타로 타점을 올렸다. 최정은 6회에도 우월 2루타로 한껏 물이 오른 타격감을 자랑했다.

수비에서도 최고였다. 유독 3루쪽 타구가 많았으나 내야에 머문 타구 13개 중 7개를 무리없이 처리했다. 올 정규시즌 타격 1위 두산 김현수의 타구도 3번이나 최정에게 걸렸다. 특히 김현수의 4회말 두번째 타석의 타구는 배트 중심에 맞아 좌익선상을 타고 쭉 날아갈 듯 보였으나 높은 점프로 잡았고, 1루 주자까지 덤으로 아웃시켰다.

하지만 그에게 스포트라이트는 아직 낯설다. 크게 자신을 드러내는 성격이 아니어서 주뼛거린다고나 할까. 4차전을 마친 뒤 “이기니까 기분이 좋고 내가 결승타를 친 것을 떠나 그냥 팀의 단합이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한게 전부였다.

그러나 평소와 그라운드에서의 눈빛이 가장 다른 선수가 바로 최정이라고 SK 관계자들은 말한다. 그는 “매일 연습하고 매일 경기해서 적응되니 이제 전혀 힘들지 않다”며 웃었다. 경기 후 덕아웃 뒤였기에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