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야구 선수에게 1번 타자와 중견수가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느냐에 대해 가르친다면 2008 한국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 두산 이종욱(28)의 플레이 동영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신하면 되겠다. 호쾌한 타격, 활발한 주루플레이, 감각적인 타구 판단, 화려한 다이빙캐치까지. 야구 교과서가 따로 없다.

베이징올림픽 한국 야구대표팀 1번 타자 겸 중견수답게 이번 PO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보인 이종욱. PO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돼 상금 300만원과 대형 TV를 부상으로 받았다.

이종욱의 이번 PO 타율은 무려 5할1푼7리(29타수 15안타)였다. 올시즌 최고의 타격감이었다. 베이징올림픽 후유증으로 정규시즌 막판 하향 곡선을 그리던 이종욱은 이번 PO를 앞두고 충분히 충전했고 결국 ‘대박’을 터뜨렸다.

PO 출루율도 5할6푼3리였다. 타석에 나서면 덕아웃으로 돌아오는 횟수보다 진루하는 경우가 많았다. 1번 타자가 늘상 누상에 있기에 두산의 공격은 잘 풀릴 수밖에 없었다.

수비에서도 진가를 드러냈다. 동료에게 안정감을 줬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호수비했다.

특히 PO 5차전 두산이 6-4로 앞선 7회말 2사 만루에서는 삼성 진갑용의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 팀을 위기에서 구했고, PO 6차전 팀이 4-2로 앞선 8회말 1사에서도 삼성 채태인의 타구를 빠른 타구 판단으로 앞으로 달려나와 잡아챘다.

작전수행능력도 최고였다. PO 6차전 두산이 4-2로 앞선 8회말 1사 1·3루에서 벤치에서 번트 사인이 나오자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주자는 타구를 보고 뛰는 작전이어서 스퀴즈번트는 아니었다. 이종욱의 번트 타구에 3루 주자 전상렬은 가볍게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이종욱의 재치있는 플레이로 두산은 귀중한 쐐기점을 뽑을 수 있었다.

이종욱은 PO에서 큰 일을 해냈지만 인터뷰 장소에서는 유독 긴장한 표정이었다. 아직 한국시리즈가 남아있기 때문에 지금은 티를 내고 싶지 않다는 것.

그는 “팀이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게 돼 기쁘다”면서도 “한국시리즈가 남아 있으니 앞으로도 계속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