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5차전이 벌어졌던 지난 21일 대구구장. 두산 최준석(25)은 경기 전 한 코칭스태프로부터 뼈있는 농담 한마디를 들었다.

양쪽 무릎과 엉덩이 부분에 두꺼운 패드가 누벼져 있는 그의 유니폼 하의에 대해 “도루할 일도 없는데 왜 그런 유니폼을 입고 있느냐”는 농담. 그는 대타 전문이고 발도 느려 그런 유니폼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말이었다.

이에 최준석은 “이 정도 체격에 슬라이딩 한번 하면 충격이 얼마나 큰 줄 아느냐”고 재치있게 받아쳤다. 하지만 지난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 8회에 대타로 나서 3번 타석에 들어선 것이 이번 포스트시즌의 유일한 출전 경기여서 체면은 살지 않았다.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최준석은 26일 한국시리즈 1차전 1-1로 맞선 6회 김경문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2사 1·3루에서 7번 이대수를 대신해 나섰다.

빠른 공을 잘 치고 SK 선발 김광현에 강하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올시즌 김광현과의 상대전적에서 11타수 4안타(3할6푼4리)로 방망이를 잘 돌렸다.

초구부터 슬라이더가 들어왔다. SK 포수 박경완은 ‘최준석이 변화구에 약하다’는 약점을 파고든 것. 최준석은 경기 후 “계속 슬라이더가 들어왔다”며 “볼카운트 1-3에서 공략한 공도 몸쪽 슬라이더였다”고 말했다.

최준석의 타구는 좌측선상을 타고 힘차게 날아갔다. 주자 둘은 모두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결승 타점이었다.

그는 경기 후 짐을 주섬주섬 챙기면서 “그렇게 빨리 투입될지는 몰랐다”며 “무조건 친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최근 출전 기회가 많이 줄어든 것에 대해서는 “유재웅이 잘 하고 있다. 내가 못해서 경기에 못나가는 것”이라고 말한 뒤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무릎을 수술했던 최준석은 올해 주전 자리에서 거의 밀려났다. 이번 KS는 초심을 찾아 자신의 야구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 기간으로 삼겠다는 각오로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