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이 마지막 가을잔치였으니 올해가 5년 만이다. 하지만 지금 SK 이승호는 팀의 선발투수가 아니다. 이승호에게 올 가을은 ‘테스트’의 무대다. 그의 왼쪽 어깨가 제대로 돌아왔는지, 내년에도 잘 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무대다.

2004년 14승을 했지만 2005년부터 어깨가 아파 제대로 공을 던지지 못했다. 계속 재활 훈련을 하다가 2005년 9월에만 잠시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2006년을 또 꼬박 쉬었다. 결국 2006년 10월에 어깨 수술을 했다. 그의 어깨는 연골이 닳아 없어진 상태였다. 결국 2007년을 쉬었다. 마운드에 복귀한 날이 2008년 5월30일. 3년이 넘게 부상에 시달려왔다.

한국시리즈(KS) 3차전. 이승호는 팀이 3-2로 앞선 7회 팀의 다섯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네번째 투수 조웅천이 두산 최승환에게 좌월 1점홈런을 얻어맞아 잠실구장의 분위기는 두산 쪽으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이승호는 제대로 불을 껐다. 두산 1·2·3번 타자를 완벽하게 잡았다. 이른바 국가대표팀 라인업이었다. 이종욱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고영민과 김현수를 차례로 삼진으로 잡았다.

전광판에 찍힌 직구 최고구속은 시속 147㎞. 예전보다 각이 커지고 예리해져 자신의 입으로도 “슬라이더가 좋아졌다”고 자랑할 만큼의 명품 슬라이더도 힘을 발휘했다. 이승호는 KS 2차전 때도 팀의 네번째 투수로 8회에 등판해 두산의 1·2·3번 좌타선을 제대로 봉쇄했다. 2·3차전에서 김성근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완벽한 피칭을 보인 것이다.

이승호의 합류로 SK 불펜이 숨을 쉬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게 좌완투수의 활용인데 기존 정우람에 이승호가 더 좋은 구위로 뒤를 받치고 있으니 SK의 불펜진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승호는 경기 후 “선발로 뛰다가 요즘 불펜 대기를 하다보니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면서도 “타자를 상대할 때 정신적으로 압도하겠다는 마음으로 승부하고 있는 게 먹혀들고 있다”고 말했다. 잠실|김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