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16일 대전 한화전을 마친 뒤 “이제야 한화 특유의 타선이 살아났다”고 감탄했다. 패장답지 않은 평가. 그만큼 한화 타선의 부활 조짐이 눈에 띄었다. ‘리더’는 역시 덕 클락(32·한화)이었다.

답답했던 방망이가 이제야 돌아가기 시작했다. 팀이 가장 필요로 할 때. 아주 절묘한 타이밍이다.

클락은 17일 대전 롯데전에서 6회말 무사 만루에서 롯데 왼손 에이스 장원준을 상대로 만루포를 뽑았다.

2-2로 팽팽하던 6회말 무사 만루. 5번 김태완이 적시타를 쳐 3-2로 앞섰지만, 한화가 어렵게 1점을 내면 롯데가 홈런으로 쉽게 따라붙는 형국이었다.

1점차로는 불안한 상황을 클락이 해결했다. 이어진 무사 만루 볼카운트 1-2에서 장원준의 바깥쪽 높은 슬라이더를 그대로 밀어 왼쪽 펜스를 넘겼다. 이틀 연속 홈런포.

16일 롯데전에서 투런홈런으로 시즌 20호를 기록하며 20-20 클럽에 발을 들였지만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그러나 이날은 자신의 한방으로 위기에 처한 팀을 구했다.

클락은 후반기 개막 이후 심각하게 부진했다. 6월말 경기중 왼 무릎을 다친 것이 타격 슬럼프로 이어졌다. 전반기 막판 침체했던 방망이는 8월 극도로 침묵을 지켰다. 16일 롯데전까지 후반기 19경기 성적은 78타수 10안타. 타율이 불과 1할2푼8리였다.

전반기 폭발했던 클락이 침묵한 사이 팀 성적도 곤두박질쳤다. 후반기 시작때만 해도 2위 두산과 승차 없는 3위였던 한화는 지금 5위다. 남은 경기는 4경기뿐이라 9경기를 남겨놓은 4위 삼성에 비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마운드 부상과 부진도 겹쳤지만 팀이 가장 필요로 했던 것은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부활이었고, 그 중심은 클락의 몫이었다. 딱 필요한 이 시점에서 클락은 살아나기 시작했다. 16일 롯데전에서 투런홈런 포함, 2안타 3타점으로 7월17일 LG전 이후 처음으로 2안타를 쳤다. 홈런도 후반기 첫 경기였던 8월26일 롯데전 이후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날,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만루홈런으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한화 입단 이후 처음으로 때려낸 그랜드슬램이었다.

클락은 경기 후 “부상 이후 타석에서 볼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다.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타격 슬럼프가 길었던 것 같다”며 “남은 4경기는 매 경기 플레이오프로 생각하고 뛸 것이다. 지난 경기는 생각할 필요 없다.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굳은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