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자존심을 되살린 시원한 홈런포였다.

LG 포수 조인성(33)이 2위 확정을 위해 갈길 바쁜 두산에 ‘고춧가루 홈런’을 날리며 3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조인성은 1일 잠실 두산전에서 0-2로 뒤지던 4회초 2사 1·3루에서 두산 이혜천의 몸쪽 직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기는 3점홈런을 날렸다.

시즌 10호. 이로써 조인성은 2006년 10개, 지난해 13개에 이어 3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전날 히어로즈전에서 9회말 끝내기 2루타에 이어 이틀 연속 결승타. 두산은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2위를 확정할 수도 있었지만 조인성에게 고춧가루 홈런을 맞고 고개를 떨궜다.

지난해 프로 데뷔 이후 최고 타율(2할8푼2리)에 최다안타(118개)·최다 타점(72개) 등으로 맹활약하며 4년간 34억원의 FA 대박 계약을 터뜨렸던 조인성.

올시즌 큰 기대를 받았지만 상황은 예상과는 반대로 흘러갔다. 몸값에 걸맞은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이 앞선 탓이었을까. 야구는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다.

경기 전까지 2할2푼4리의 초라한 타율에 그쳤다. 시즌 중반에는 주전 자리를 선배 김정민에게 빼앗겨 2군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의 부진 속에 팀도 꼴찌로 떨어졌고 베테랑으로서, 대박 FA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만 커졌다.

그랬기에 마지막까지 힘을 냈다. 무너진 자존심을 찾기 위해서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다.

조인성은 결승 홈런뿐 아니라 곧바로 이어진 4회말 수비에서는 두산의 ‘쌕쌕이’ 이종욱의 도루를 빨랫줄 같은 송구로 잡아 ‘앉아쏴’의 위력을 과시했고, 6회 공격에서도 희생플라이로 쐐기점까지 날리는 등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3타수1안타 1홈런 4타점.

조인성은 “2경기 연속 결승타에 특별한 비결은 없다. 시즌 막판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고 열심히 했기 때문에 기회가 온 것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