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홍성흔(31)의 장점은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특히 좋지 않았던 기억은 빨리 잊어버리는 스타일이다.

홍성흔은 10일 대구 삼성전에 앞서 전날 병살타 얘기를 꺼내자 “어제 안타가 나왔으면 분명 연장전으로 가는 분위기였다”며 “나 때문에 동료가 푹 쉴 수 있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홍성흔은 전날 0-2로 뒤진 7회 무사 1루에서 유격수 앞 병살타로 맥없이 물러났다.

“볼카운트 1-2에서 무조건 직구가 올 줄 알았다”며 “높은 볼이 들어왔는데 내가 실수로 방망이를 돌렸다. 오늘은 반드시 만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잠시 숨을 고르던 홍성흔의 방망이가 폭발했다. 홍성흔은 삼성 투수들을 상대로 3타수 3안타 1타점 1볼넷을 기록했다.

신들린 ‘안타쇼’로 타율을 3할5푼2리까지 끌어올린 홍성흔은 2위 김현수(3할4푼)와의 수위타자 싸움에서 한발 앞서 나갔다.

홍성흔은 1회 볼넷으로 출루했고 2회에는 3루 내야안타로 첫 안타를 신고했다. 4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조현근의 슬라이더를 노려쳐 시즌 8호 아치를 그렸다. 방망이에 불이 붙은 홍성흔은 8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중전안타를 뽑았다.

“왜 이렇게 야구가 잘 되는지 모르겠다”는 홍성흔은 “경기 전 감독님이 타석에서 더 집중하라는 조언을 해주셨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생애 첫 타격왕 타이틀에 대해선 “욕심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타격 1위를 달리니 살이 조금씩 빠지는 느낌”이라면서도 “팀이 이길 수 있는 배팅을 하다보면 타격왕은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성숙한 자세를 보였다.

<대구 | 노우래기자 sport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