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호의 사상 첫 원정 16강에 해외파의 활약은 컸다. 예선 3경기에서 뽑은 5골이 모두 해외파의 발에서 나왔다. 

23명의 태극전사중 해외파는 역대 최다인 10명, '베스트11'에는 박지성을 비롯해 무려 7명이다. 나머지 4명이 중앙수비수 조용형, 미드필더 김정우, 공격수 염기훈, 골키퍼 정성룡인데 이들의 알토란 같은 활약도 16강 진출에 한 몫했다.

국내파의 '알짜'는 단연 김정우. 수비형 미드필더로 그리스전에서 '골잡이' 테오파니스 게카스를 꽁꽁 묶었고, 나이지리아전에서도 안정된 볼키핑력과 날카로운 패스워크, 공·수 조율 능력 등 경기 흐름을 읽는 시야가 돋보였다. 

상무 소속으로 해외진출이 묶였지만 해외에서 뛰어도 손색없다는 평가다. 

허정무호 출범과 함께 붙박이 중앙수비수로 자리한 조용형도 16강 공신이다. 

이정수와 함께 수비라인 중심에 있는 조용형은 상대 공격루트의 맥을 끊는 지능적인 플레이와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으로 힘의 유럽과 기술의 남미·아프리카 선수에 밀리지 않았다.

한때 팬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기도 했으나 안정된 플레이와 성실한 자세로 '제2의 홍명보'로 성장, 해외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붙박이 골키퍼 이운재를 밀어낸 정성룡은 차세대 수문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큰 무대 경험은 적지만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골문을 지키면서 여러차례 동물적인 감각을 보여줬다. 앞으로 국제 무대 경험이 쌓으면 '거미손' 계보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투톱 박주영의 짝으로, 미드필더로 뛰는 염기훈도 폭발력은 부족하지만 태극전사 중 가장 많은 활동력으로 제몫을 했다. 박주영이나 박지성·이청용 등이 기회를 잡는데는 상대를 흔들고 끌어내는 염기훈의 보이지 않는 활약이 있어 가능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결정적인 골을 놓쳐 마음고생도 많았지만 찬스를 만들어주는 역할만은 무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