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임중용

언제나 든든한 인천의 주장 중용아, 네가 이 편지를 ‘스포츠칸’ 지면을 통해 읽고 있을 때쯤 난 한국에 도착해 있을 것 같구나.

낯선 땅에서 1년 가까이 생활하면서 항상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박이천 감독님이나 너희가 여러모로 어려운 신생팀인 인천을 위해 애쓰고 있는 게 눈에 훤해 마음이 무거웠다. 특히 나이가 있으신 박감독님이 정신적으로 많은 피로를 느끼셨을 것 같아 죄송스럽다. 이제 내가 너희와 박감독님을 위해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

그동안 네 전화를 받을 때마다 많이 고마웠다.

“지도자 연수를 잘 받고 계시냐”며 넉살 좋게 안부를 묻던 너는 늘 모든 게 잘되고 있다고 날 안심시켰다. 사실 말 안 해도 난 다 알고 있었다. 이역만리에 있는 내가 걱정할까봐 늘 희망의 메시지만 전해줬다는 걸 말이다. 너의 그 속깊은 마음이 정말이지 무척 고마웠다.

그거 아니? 내가 인천을 지도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건 어려운 상황에서도 모든 선수들이 늘 전진하는 자세로 의기투합한 것이었다. 이제 돌아가면 인내·노력·희생이라는 인천 고유의 팀 컬러에 맞게 전진하는 인천을 만들고 싶다.

우리는 수원이나 성남 같은 규모가 큰 구단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팬인 인천시민과 늘 함께하며 인천만의 색깔을 갖고 저돌적으로 나가는 팀이다. 나는 그게 자랑스럽고 앞으로도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고 싶다.

늘 장기적인 안목에서 한국축구가 발전할 수 있도록 우리 같이 공부하고 토의하자.

서로 머리를 맞대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겠니. 갑자기 인천 앞바다 그 횟집에서 소주 한잔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드는구나.

그동안 모든 노고와 수고를 아끼지 않은 우리 주장 임중용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From 인천 감독 장외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