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진만형

　형, 택근이에요.

　너무 늦었지만 약속을 지켜줘서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1년 전 형이 ‘스포츠칸’ 겨울편지를 통해 이런 말을 해줬던 것 기억하세요?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형 노릇을 못해서 미안하다. 베이징올림픽에서는 군 입대를 앞둔 너에게 반드시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다.”

　형 덕분에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고, 이번 겨울 4주 군사훈련으로 병역 문제도 말끔하게 해결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솔직히 2003년 현대에 입단했을 때는 형을 대하기가 어려웠어요. 대선배님이라서 그런지 말을 걸기도 힘들었죠.

　하지만 형이 지난해 겨울편지로 저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준 뒤 급속도록 친해진 것 같아요. 대구 원정경기를 마친 뒤 형과 늦은 저녁을 먹던 시간도 잊을 수가 없네요.

　올해는 저에게 최고의 한해였습니다. 베이징에서 형과 같은 방을 쓰면서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으니까요. 베이징올림픽에서 형이 저와 룸메이트하고 싶다고 먼저 말해서 깜짝 놀랐어요.

　제가 일본전을 앞두고 초조한 모습을 보일 때 “우리팀은 충분히 메달권에 진입할 수 있으니까 너무 초조해하지 말라”는 말도 아직 생생합니다. 형의 격려가 많은 힘이 됐어요.

　내년에는 형과 함께 이루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3월에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발탁되면 형과 한번 ‘대형 사고’를 치고 싶습니다. 형의 마지막 WBC 무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이번엔 동생이 뭔가 해야할 것 같아요.

　내년에는 형과 함께 골든글러브를 다시 한번 받고 싶어요. 올해는 부상 때문에 형이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놓쳤지만 내년에는 다시 황금장갑을 찾아올 것으로 믿습니다. 2006년처럼 저와 함께 골든글러브를 끼자구요.

　항상 운전 조심하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길 바랄게요.

FROM 동생 택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