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찬호형

형님! 승준입니다. 이렇게 편지로 얘기한다니 괜히 쑥스럽네요. ㅎㅎ

형이 곧 미국으로 떠난다는 소식에 인사하기 위해 스포츠칸을 통해 편지를 씁니다.

잘 알겠지만 저의 꿈을 키워준 분이 바로 형입니다.

중학생이던 제가 메이저리그의 꿈을 꾸기 시작한 게 바로 LA다저스에서 역투하는 형의 모습을 TV로 보면서부터죠.

그 덕분에 더 열심히 운동했고, 저도 99년 보스턴에 진출하게 되었죠. 이런 제가 형과 같은 에이전트사 소속으로 한솥밥을 먹게 된 건 더할 수 없는 행운이었죠.

형이 베버리힐스의 집으로 저녁식사를 초대해줘 격려하면서 자신감을 가지라고 했던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네요.

돌이켜보니 2007년은 형이나 저에게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네요.

전 미국 생활의 아쉬움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와 첫 시즌을 치렀고, 형은 힘든 마이너리그 생활을 겪으셨고….

지난달 베이징올림픽대표팀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모처럼 형과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역시 저에겐 큰 힘이 됐습니다.

형 말대로 전 올해 너무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을 떨치지 못한 게 문제였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심적 부담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마운드에서 압박감을 떨치고 항상 평정심을 가질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어요.

저도 형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올핸 비록 부진했지만 끝없는 도전을 펼치는 형 모습이 너무 자랑스럽다고요.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야구 후배들은 형의 그런 도전에 언제나 박수를 보낼 겁니다.

이제 곧 LA로 떠나시죠? 2008년, 약속의 땅이었던 다저스에서 형의 멋진 도전이 좋은 결실이 되길 기원할게요.

저도 형의 조언 잘 새겨서 내년엔 롯데의 에이스로 팀의 가을잔치를 이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내년 시즌 잘 마치고 다시 웃는 얼굴로 뵐게요. 찬호형 파이팅!!

From. 송승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