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현수 형

　형, 전화통화만 하다가 편지 쓰려니 머쓱하네요. 광현이에요.

　시즌 뒤에도 이곳 저곳 시상식장에서 만날 기회가 자주 있어서인지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형과 함께 한 지난 시간이 떠올라 혼자 있을 때도 괜히 웃곤 했어요.

　2005년에 인천에서 열렸던 아시아 청소년야구선수권 기억나죠. 제가 2학년이고 형이랑 (류)현진 형, (한)기주 형, 그리고 (나)승현 형, (이)재원 형 등이 모두 3학년이었는데… 당시 멤버들이 지금 프로에 함께 와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꿈 같기도 하고 정말 좋아요. 그때는 진짜 까마득히 멀리 있는 무대로만 보였는데 이렇게 발을 들여놓고 전진하는 것으로도 때로는 행복한 생각이 들어요.

　사실, 형과 함께 한 시간 중 가장 소중한 추억은 베이징올림픽 때 만들어진 것 같아요.

　금메달 따는 순간도 좋았지만 대표팀에서 형이랑 저랑 막내라고 빨래 담당하면서 보냈던 시간은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빨랫감을 모아서 옮겨놓는 일이 그때는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형이랑 진하게 동고동락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더욱 값지게 기억될 것 같아요. 나중에라도 베이징올림픽을 더듬으면 형이랑 빨래 수거하느라 이리저리 다녔던 생각부터 날 거예요.

　하고 싶은 얘기가 한가지 더 있어요.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우리가 우승했을 때 너무 좋기도 했지만, 돌아서는 형의 뒷 모습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거든요. 스포츠 채널에서는 그 장면이 왜 그리도 자주 나오는지 우승 장면을 재차 보며 짜릿하다가고 금방 안타까운 생각이 밀려오더라고요.

　형 역시 우리는 서로 이겨야 할 상대였지만, 이겨서 다 좋은 것은 아니더라고요. 형이 시리즈 내내 뜻대로 안돼 힘들어 하는 모습이 이따금 눈에 들어오는데 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사실 저 때문에 시작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어요. 승부는 승부지만 1차전에서 형한테만 삼진 3개를 잡은 게 계속 마음에 걸려 찜찜하기도 했거든요. 내가 너무 오버하는건가….

　이제는 함께 웃을 일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형 좋아하는 거 알죠. 앞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건강하게 함께 뛰었으면 좋겠어요. 프로야구에서는 멋지게 경쟁하고, 대표팀에서 함께 뛸 기회가 생기면 힘을 합쳐서 또 멋진 경기 했으면 좋겠어요.

　12월이 지나면 또 한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데 한가지만 약속해요. 내년에도 한국시리즈에서 만나는 겁니다. 그때는 더 멋있게 붙어보자고요.

from 김광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