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윤석환 코치

코치님, 글로 인사드리려고 하니 무척 쑥스럽습니다.

신년을 맞아 지금의 저를 만들어주신 분이 누구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역시 코치님 얼굴이 먼저 떠오르더군요. 저 철들었죠. ㅋㅋ

코치님을 처음 뵌 게 98년이니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네요. 그때 제가 2군에 있을 때 코치님이 특별히 신경써 주셨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단지 코치님처럼 제가 왼손투수라서 관심을 가지신 건 아니셨죠? 제가 힘들어 할 때 포장마차에서 누룽지를 사주셨던 것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몸이 왜소했던 제가 지금처럼 씩씩하게 공을 던질 수 있는 건 다 코치님 덕분입니다.

코치님이 두산을 떠나 2000년 SK로 가실 때 말로 표현 못했지만 무척 서운했어요. 끝까지 코치님과 함께하고 싶었는데요.

하지만 팀은 달라도 만날 때마다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코치님이 2004년 두산으로 컴백하셨을 때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정말 기뻤습니다.

제가 코치님을 많이 닮은 것 아세요. 코치님과 오래 생활을 하니까 저도 참치회와 육회를 좋아하고 성격이 직설적으로 변했습니다.

다른 투수들은 모르겠지만 전 코치님이 지도해 주실 때 마음이 무척 편해요. 절대 아부가 아닙니다. ㅎㅎ

선수들이 상처받을까봐 돌려서 얘기하는 것보다 “너는 이게 안 된다”고 바로 잘못된 점을 지적해 주시는 점이 좋았습니다. 앞에서는 호랑이처럼 화를 내셔도 뒤끝은 없으시잖아요. 마운드에서도 “자신있게 던져라”는 일상적인 말보다 “어디가 안 좋다. 이것은 던지지 마라”고 찍어주시니 선수 입장에서는 편안했습니다.

코치님을 만난 뒤 제 성격도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이리저리 움츠리고 다녔는데 이제는 어느 곳에서든지 어깨 펴고 당당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제 열흘만 지나면 일본으로 스프링캠프를 떠나는군요. 지금 뭐하는지 아세요? 캠프 기간 동안 심심해 하실 코치님을 위해 CD를 굽고 있습니다.

캠프 떠나기 전에 한번 뭉치시죠. 이번에는 제가 맛있는 육회를 쏘겠습니다.

From 이혜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