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편지]롯데 이대호가 김경문 감독에게

입력 : 2008.12.04 22:33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저를
대표팀에 뽑아주신 감독님
제가 야구를 더 사랑하게 해주셨습니다

TO 김경문 감독님

안녕하세요. 이대호입니다.

2008년을 제 야구인생에서 잊지 못할 해로 만들어주신 감독님께 늦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스포츠칸을 통해 편지를 씁니다.

시즌 마치고 진작에 찾아뵜어야 하는데 좀 쑥스럽고 어색해서 인사를 못했네요. 죄송합니다.

감독님도 아시다시피 지난 여름은 제게 정말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마음의 짐만 늘어가는 상황이었고, 주위에서는 대표팀 엔트리에서 빼야 한다는 말이 많이 흘러 나왔으니 말이죠. 사실 그때 초조한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감독님은 제가 예선에서 열심히 잘 뛰었고, 지금은 부진하지만 올림픽에 가서는 잘할 수 있다며 결국 저를 뽑으셨습니다.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힘든 결정이었던 것 잘 압니다. 너무 고마웠습니다. 제가 부탁드린 것도 아닌데 끝까지 믿고 감싸주시는 모습에 저도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마침 올림픽을 앞두고 다시 타격감이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뭔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베이징에서는 제 자신과 국가는 물론, 저를 끝까지 잡아주신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뭔가 해야겠다고 각오했습니다.

감독님의 믿음 속에 마음이 편안해지니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일본과 예선전이 기억에 나네요. 0-2로 뒤지다 제가 와다에게 동점 홈런을 치고 다음 타석에 섰을 때 감독님께서 번트 사인을 내셨죠. 타석에 들어서기 전 ‘번트도 자신있냐’고 물어보셨는데 정말 팀을 위해 뭔가를 꼭 해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물어봐주신 것이 더 고마웠습니다. 마침 결과도 좋아서 감독님에게 작지만 뭔가 보답했다는 생각이 들어 참 기뻤습니다.

저뿐 아니라 모든 선수가 감독님의 믿음 속에 하나가 돼 아직도 믿기지 않는 금메달을 거머쥘 수 있었습니다.

금메달의 영광을 맛볼 기회를 주신 감독님, 정말 감사합니다.

올림픽 후 직접 이런 말을 전하고 싶었는데 무뚝뚝한 부산 촌놈이 먼저 찾아가 인사하는게 영 어색해 쉽지 않았습니다.

감독님은 제가 야구를 더 사랑하게 해 주셨습니다.

저는 3일 괌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올해 그렇게 말 많았던 살을 더 많이 빼올 생각입니다. 내년에도 더 야구를 잘 하고 싶고 항상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감독님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두산전에서 살살하지는 않겠습니다. ㅎㅎ.

감독님, 올림픽에 포스트시즌까지 정신없이 힘든 한 해를 보내셨죠? 12월 푹 쉬시고 재충전하셔서 내년 시즌에도 감독님만의 멋진 색깔의 야구로 팬의 큰 사랑받길 기대합니다. 감독님에 대한 고마움은 야구를 하는 동안 항상 마음 속에 간직하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