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로이스터 감독님

　감독님 잘 지내고 계십니까. 조성환입니다.

　휴식기인데도 미국에서 외국인 선수 문제를 알아보시느라 윈터미팅에도 참가하고 바쁘게 지내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올시즌 감독님께서 보내주신 믿음 덕분에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어 연말 많은 행사에 참석하면서 기분좋게 잘 보내고 있습니다.

　생애 첫 골든글러브도 감독님께서 올해 저를 믿어주시지 않았다면 받을 수 있었겠습니까?

　올시즌 한국 프로야구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친 감독님은 제 야구 인생에도 정말 소중한 분이었습니다.

　지난 7월이었죠. 수근이 문제가 터져 새 주장을 선임해야 할 때 감독님은 코칭스태프와 전 선수를 모아놓고 제 이름을 호명하셨지요.

　“선수들이 직접 뽑는 것이 구단의 전통이지만 특수한 상황이니 이번에는 내가 직접 호명한다”고 말씀하시면서 제 이름을 불렀습니다. 정말 깜짝 놀랐고, 순간 가슴이 벅찼습니다.

　‘감독님이 나를 완전히 믿어주는구나’라는 확신이 들었고, 더 땀을 흘려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니 많은 일이 떠오르네요.

　9월1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히어로즈전이지요. 3-3이던 9회말 상황에서 대기타석에 있던 제게 “저녁 약속이 있으니 네가 좀 해결하라”고 하셨죠. 감독님께 꼭 보답하고 싶었는데 마침 끝내기 안타를 날렸습니다. 다음날 “덕분에 저녁 잘 먹었다”고 활짝 웃으며 말씀하신 감독님의 얼굴을 잊지 못하겠네요.

　준플레이오프 3차전도 빼놓을 수 없죠. 안타를 날리지 못하고 계속 부진한 저에게 감독님은 “네가 있어 여기까지 왔다. 부담 갖지 말고 평소 하던 대로 너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하셨죠. 그 말씀 듣고 바로 첫 안타를 때렸던 일도 생생합니다.

　돌아보면 군 제대 후 첫 시즌인 올해 초만 해도 정말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처음엔 전지훈련이나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감독님은 저를 데리고 갔고 “이번 훈련에서 너에게 포커스를 맞추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생각했죠. ‘아 정말 나만 열심히 잘하면 되겠구나’ 하고요.

　그렇게 1년 내내 믿음을 보여주신 감독님 덕분에 저도, 우리 팀도 올 한해 최고의 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문화적 차이도 있고,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텐데 우리 롯데를 맡은 것에 감사드립니다. 감독님한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선수로서 큰 행복을 느꼈습니다.

　준플레이오프가 끝나고 감독님 눈에 맺힌 이슬을 잊지 못하겠습니다. 눈물을 머금고도 우리에게 “우리는 충분히 잘 했다”고 말씀하시던 모습을 말입니다.

　그때 다짐했습니다. 감독님과 하나가 돼 꼭 우승을 해서 아쉬움 대신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감독님, 한해 마무리 잘하시고, 다음달 훈련 때 건강한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FROM 제자 조성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