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김광현

광현아. 내게 쓴 편지 잘 읽었다.

우리 딸이 네 편지가 실린 신문을 갖다줘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그 마음 그대로 열심히 해줄 것으로 믿는다.

이번에는 젊은 시절 내가 들었던 말을 네게 해주고 싶구나. 네 나이 또래였던 것 같아. 투수로 한창 성장하던 내게 이런 말을 해준 분이 있었어. ‘꽃은 피면 금방 시들어버리는데 빨리 시들지 않으려면 뿌리부터 깊고 넓게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고.

그 당시만 해도 그 말이 얼마나 소중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알지 못했단다. 그냥 흘려 듣고 몇 년쯤이 지났을 때야. 선수생활을 그만둬야 하는 순간이 오자 그 말부터 생각이 나더구나. 그렇게 실천하지 못한 것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광현이는 그 말을 꼭 새기길 바란다.

오랜 시간 자양분이 될 튼튼한 뿌리를 만들려면 잠시의 성공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그 다음을 위해 또 다른 준비를 해야 한다. 기본기부터 몸관리까지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 기반이 튼튼해야 웬만한 바람을 쉽게 이겨낼 수 있는 법이란다.

여기서 약속 한가지 하자. 12월 괌 가족여행에서 네게 했던 말 기억하지.

광현아, 앞으로 모든 생활을 야구 안에서 풀어가길 바란다. 운동할 때는 물론 다른 소소한 생활까지도 모두 야구라는 것을 맨 앞에 두고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만 하면 훗날 큰 선물이 기다릴 것으로 믿는다. 지금도 몇십억원을 받는 선수가 나오는데 너는 훗날 100억원짜리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미 좋은 소질이라는 선물을 받았으니 훗날의 네 몫을 꼭 차지하길 바란다.

어느덧 2008년이다. 6일 스프링캠프지로 떠나니 또 한 시즌이 시작되는구나. 좋은 모습으로 만나자.

From 김성근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