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서재응

재응아, 말로 하면 될 것을 편지로 쓰려니 조금은 쑥스럽다. 하지만 앞으로 너와 함께 매일 같은 그라운드에서 숨쉴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차 이렇게 펜을 들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호흡을 맞춘 게 대학교 2학년 때 국가대표팀에서였지?

11년 만에 너와 다시 배터리가 되겠구나. 광주일고 때 참 재미있었는데…. 웃을 때도 아플 때도 있겠지만, 그때처럼 그라운드에서 너와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된다는 생각에 나는 조금 설렌다.

사실 너 때문에 나 조금 힘들기도 했어. 네가 한국에 오기로 결정한 것, 내가 일본에서 마무리훈련할 때 얘기해줬잖아. 너랑 친구라고 다들 나한테 물어보는데, 알면서도 말 안 하느라 괴로운 적이 여러 번 있었다.ㅋㅋ

하지만 난 좋다. 네가 메이저리그에 갔을 때도 그랬지만, 이렇게 돌아온 지금 무척 자랑스러워. 네가 얼마나 많은 고민 끝에 내린 어려운 결정인지 아니까.

그리고 지금 얼마나 부담을 느끼고 있는지도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너를 보며 유일하게 걱정되는 부분이다.

입단한 순간부터 스프링캠프는 물론이고 첫해인 내년은 네가 잘하든, 못 하든 모든 관심이 너에게 집중되리라는 사실, 우리 모두 알고 있잖아. 더구나 우리 팀이 올해 최하위를 했고, 때마침 입단하게 된 너의 몫이 안팎으로 커지겠지.

네가 그 부분에 대해 너무 부담을 느낄 것 같아 조금은 염려된다. 너의 시원한 성격을 믿지만, 스스로 너무 죄지 말았으면 해. 우리 고등학교 때, 대학교 때, 그리고 미국에서 그랬듯이 여유롭게 야구하자. 훈련할 때는 힘들었지만, 즐겁게 하다 보면 어느 새 우승도 하고 그랬잖아.

우리 팀도 최하위했으니 이제 더 이상 내려갈 곳은 없다. 내년에는 올라가는 일만 남은 거야.

한국야구에 적응하는 것도 크게 걱정하지 말고.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네 옆에는 내가 있잖아. 나 이래봬도 내년이면 프로 9년차 포수다. 우리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으니 올 겨울 같이 훈련하면서 많은 얘기를 나누자. 나랑 호흡을 맞추게 돼 참 다행이지?ㅋㅋ

그것 말고는 네 걱정 하나도 안 한다. 우리 팀 분위기, 주위에서 말하는 것처럼 딱딱하지 않다. 그리고 딱 보니까 넌 이미 우리 팀에 흡수됐어.ㅋㅋ 적응하는 데 어려움? 이런 걱정은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너의 호탕한 성격이 이렇게 든든할 줄 몰랐다.

앞으로 같은 유니폼을 입고 함께할 생각에 기쁘기만 하다. 친구야, 우리 잘해보자!

From 김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