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선동열 감독님

감독님, 괌 날씨는 어떤가요? 저도 감독님과 함께 가고 싶었는데 여권이 늦게 나오는 바람에 아직 국내에 머물고 있습니다.

평소 말수도 적고 무뚝뚝한 제가 이렇게 편지를 쓸 줄은 아마 상상도 못하셨을 겁니다.

쑥스럽긴 하지만 지금의 저를 만들어주신 감독님에게 새해 인사 겸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감독님은 저의 우상이었습니다. 일본 주니치에서 던지는 모습을 TV로 보면서 ‘나도 크면 저런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습니다.

저 혼자만의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감독님과는 인연이 있나봐요. 3년 전 제가 삼성에 입단할 때 감독님도 처음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셨잖아요.

신인으로서 프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았는데 감독님이 저를 믿고 기회를 주셔서 이렇게 성장한 것 같습니다.

작년 5월4일 부산 롯데전을 마친 뒤 감독님이 제게 해주신 말씀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때 제가 8회에 등판했지만 이대호 선수에게 동점 투런 홈런, 9회 이승화 선수에게 끝내기안타를 맞고 우리 팀이 6연패를 당하던 순간을 기억하시죠.

고개를 숙이고 덕아웃으로 돌아오는 저에게 “아무리 좋은 세이브 투수도 1년에 서너번은 블론 세이브를 한다. 오늘은 그중 1경기일 뿐”이라고 위로해주셨잖아요.

감독님의 그 말씀을 듣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다’고 잠시 교만했던 저를 반성했습니다.

저도 올해는 새로운 각오로 시즌을 맞을 생각입니다. 지난해는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여드렸지만 올해는 ‘역시 오승환’이란 말을 듣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감독님에게 선물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감독님을 만난 것은 제겐 행운이었습니다.

From. 오승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