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택근아!

　185번 훈련병, 잘 지내고 있나?

　이젠 예비역이라고 불러야 되겠구나. 나, 승준이다.

　훈련소 퇴소하고 벌써 2주가 지났네. 시간 참 빠르다. 얼마전까지 한 방에서 동침하던 너에게 편지를 쓰는 게 좀 쑥스럽다만 이번 기회에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 펜을 들었다.

　두 말 할 것 없이 고맙다. 택근아! 이번에 나랑 같이 훈련소 가겠다고 부산으로 주소를 바꿔서 같이 입소한 너에게 미안하고 고마울 뿐이다.

　4주간 훈련소에서 함께 지내며 한 내무반에서 그것도 내가 184번, 넌 185번 훈련병으로 함께 옆에서 붙어지내게 된 우리의 인연이 참 끈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에서 초등학교 대회때 처음 너를 본 이후 벌써 20년이 다 돼 가네. 그동안 한 팀에서 뛴 적은 없지만 많은 대회에서 마주치며 너와 친구로 지낸 시간들이 새삼 떠오른다.

　98년이었지. 고3때 대통령기 대회 결승에서 우리 학교(경남고)랑 너희(경남상고)랑 붙었는데 연장 12회말 내가 통한의 끝내기 홈런을 맞았던 일이 가장 떠오른다. 나는 통한의 눈물을 흘릴 때 네가 너희 학교 애들 중 제일 좋아했지. ㅎㅎ

　학교 다닐 때부터 너는 이상하게도 내 공을 잘 쳤어. 올해도 넌 나를 흠씬 두들겼지. 제구도 괜찮았고 공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야. ㅎㅎ

　내가 미국 생활 접고 지난 시즌부터 한국에서 뛰게 될 때 친구인 네가 있어 참 좋았다. 오자마자 한국 타자들에 대한 정보도 주고 이것저것 잘 챙겨준 덕분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베이징올림픽에서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금메달을 따 부둥켜 안았던 일은 역시 우리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덕분에 함께 훈련소 생활도 하게 됐고.

　4주간 내내 붙어지내면서 참 즐거웠다. 허리가 좀 안좋았던 네가 각개훈련 때 밥통을 들고 훈련장으로 오다 넘어져 쓰러져 트럭에 실려 병원가는 순간에는 정말 가슴이 철렁했다. 그래도 큰 일 없이 4주를 잘 마치고 나와 다행이다.

　훈련소 문 나오면서 ‘이제 우리 앞만 보고 더 야구 열심히 하자’고 한 약속 잊지 않았지?

　정말 열심히 하자. 다치지 말고 오래오래 즐기면서 야구하자. 너희 팀이 좀 어려운 상황이지만 굴하지 말고 지금처럼 항상 잘 뛰길 바란다. 언젠가 우리도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뛸 날이 왔으면 좋겠구나.

　연말 잘 보내고, 개인훈련 잘 하길 바란다. 그리고 내년에는 내가 널 더 많이 잡아보도록하마. 기대해라. ㅎㅎ

FROM ‘베프’ 승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