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동근

고생 많다, 친구야.

해마다 겨울이면 네가 코트에서 뛰는 모습을 보곤 했는데 올해는 군대(상무)에 있어 제대로 볼 수 없는 게 아쉽네.

우린 종목은 다르지만 이래저래 인연이 많은 듯해. (이)영수(KIA)를 통해 알게 된 동갑내기 친구로 평소 너에게 비슷하지만 다른 세계의 얘기를 듣는 게 그렇게 흥미로울 수 없었어. 남들과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이지만 난 지난 7일로 4주일의 군사훈련을 마쳤어. 지난해 WBC 참가로 얻은 군복무 혜택을 받은 거지. 나는 앞으로 계속할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공익근무로 인정받게 되는 거야.

넌 2년이나 KBL MVP로 뽑힌 선수잖아. 그래도 상무라서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지만 예전만큼의 실전 경기를 치르지는 못할 거야. 코트에서 한창 뛰어야 할 때인데 앞으로의 선수 생활을 위해 군복무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게 친구로서, 같은 운동 선수로서 가슴이 아프다. 군대 생활이 정신을 성숙하게 하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난 4주의 군사 훈련으로 남들이 얘기하는 군생활을 마쳤어. 그래서인지 너의 군생활을 보면서 앞으로 더욱 열심히 선수 생활을 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기도 해. 난 요즘 고향인 대구에 있다. 그동안 못했던 효도도 하고, 뭐 그러고 있지. 피트니스클럽에서 운동하는데 며칠 있다가 대전으로 가서 본격적으로 운동할 생각이야.

내년 8일에 팀 공식 훈련이 소집되기 전까지 몸을 제대로 만들어야겠어.

나도 올해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해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요즘 “다 죽었어”를 외치고 있다. 지금 기분으로는 내년에는 제대로 한번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참, 조만간 발목수술을 한다는 소식 들었다. 27일이라지. 전 소속팀 모비스가 신경써 준다며. 몸을 잘 만들고 있겠지만 수술 잘 끝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코트에 돌아오길 바란다. 이 몸이 29일에 문병 갈게. 그때 보자.

From. 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