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이호준 형님

　형님, 성호입니다. 일본 고지에서 고생이 많으십니다.

　통화도 자주 하고, 얼굴도 자주 보는 사이지만, 우리가 또 살갑게 말로 격려 같은 것 주고 받는 성격은 못 되잖아요. 이렇게 편지 쓸 기회가 생기네요. 누구에게 쓸까 하니 형님 생각이 가장 먼저 나더라고요.

　해태에 입단해서 형님과 만난 지도 벌써 12년이 지났습니다. 아시죠? 제가 야구하면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형님이라는 것. 저랑 가장 친하고 마음도 잘 맞고, 또 프로에서 야구를 가장 오래 같이 한 사람도 형님입니다.

　해태 시절에 코치님들에게서 “둘이 닮았다”는 얘기 참 많이도 들었잖아요. 야구하는 것도, 성격도, 하는 짓도 비슷하다고요.

　제 생각에도 형님을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안 좋은 일 있어도 주위 사람에게는 항상 웃어주는 형님 덕에 저 역시 야구하면서 힘들었을 때 잘 견딜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해태 시절 참 재미있었는데 말입니다. 우리 호랑이 같은 김성한 코치님한테 참 많이도 혼났잖아요.

　한번은 갑자기 훈련 소집했는데 형님이 술을 마신 뒤라 진짜 엄청나게 혼이 났죠. 코치님이 불같이 화를 내시고 또 마음이 안 좋으셨던지, 저랑 김창희 형님까지 장성으로 데리고 가서 장어를 사주셨잖아요. 코치님이 가자고 하시니 처음에는 무서워서 그냥 따라갔는데, 장어가 어찌나 맛있던지요. 우리 결국에는 혼난 것 다 잊어버리고 맛있게 먹고 왔잖아요. ㅎㅎㅎ

　프로에 막 데뷔해서 참 많이 혼나면서 배웠던 그때, 형님이 함께 계셔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형님이 SK로 트레이드 돼 가셨을 때 정말로 아쉽고 마음이 안 좋았고요.

　시간이 참 빨라서 저는 KIA에서, 형님은 SK에서 고참이 됐네요.

　올해 부상 때문에 마음 고생 많으셨죠. 지난번 한국시리즈 끝나고 만났을 때는 저도 마음이 좋지 않더라고요. SK 우승하는 데 한 것이 없다며 씁쓸해하시는 모습이 말입니다. 하필 FA 계약 한 뒤 첫해라 더 괴로우셨으리라 짐작합니다.

　이제 부상도 다 나으셨으니 내년에는 잘 될 겁니다. 지금 고지에도 그래서 가 계신 거잖아요.

　저 역시 올해 부진했고 팀 성적도 좋지 않아 많이 괴로웠습니다. 참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항상 뜻대로 되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겨울 정말 열심히 할 작정입니다.

　내년에는 정말 잘해 봅시다, 형님. FA 먹튀라는 소리는 듣지 않도록 말입니다. ^^

　내년에도 또 이후에도 항상 야구장에서 밝게 웃는 모습으로 만날 수 있도록 힘 냅시다. 그리고 내년에는 한국시리즈에서 한번 만나보게요.

　일본에서 돌아오시면 스프링캠프 가기 전에 한번 만날 수 있겠죠. 그럼, 그때까지 수고하십쇼. (꾸벅)
　

FROM 동생 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