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광현

　이거, 형이 돼 가지고 내가 먼저 편지 써야하는 건데…. 너에게서 공개적인 편지를 받아 기분이 너무 좋았어. 우선 고맙다는 말부터 전할게.

　2008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너한테 삼진 3개를 먹었지. 그 때문에 경기가 잘 안풀렸었나. TV에서 SK 우승 장면에 내가 고개 숙인 모습이 정말 자주 나와. 나로서는 정말 가슴 아픈 기억이다.

　하지만 너는 미안해할 필요 전혀 없는 거야. 네가 잘 던진거잖아. 신경쓰지 않았으면 좋겠어. 난 그걸 인정하고 올 겨울에도 더 열심히 방망이 휘두를 거야. 훈련은 절대 거짓말을 안 하거든. 그게 내 믿음이고 살아온 방식이기도 하고.

　“난~. 삼진 먹었을 뿐이고, 계속 열심히 훈련하고~.”

　내가 봤을 때 넌 진짜 최고의 좌완투수야. 띄워주는거 절대 아니다. “님, 좀 짱인듯”.

　그래도 우리 지금 성적에 만족하지는 말자. 계속 열심히 해서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최고의 선수들이 되자고 크게 닭살 한번 떤다. 같은 꿈을 쫓아가는 친구가 있어 외롭지 않은 김!현!수!

　그리고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기회가 된다면 너와 같은 팀에서 뛰어보고 싶어. 잘 던지는 투수는 역시 우리 편이 되는 게 낫지. 빠른 공 쳐내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아냐.

　네 편지를 읽고 나니 같이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에서 빨래 옮기던 기억이 생생하네. 앞으로도 계속 대표팀에 같이 가서 너와 함께 많은 추억을 쌓고 싶어. 고참이 되어서도 좋은 추억 많이 만들자.

　2008년은 너나 나나 정말 바빴지. 지난 겨울 베이징올림픽 예선전부터 최근의 각종 연말 시상식까지….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피곤할거야. 계속 몸 관리 잘해. 감기도 조심하고 다가올 전지훈련에서도 부상 없이 건강하게 잘 훈련해서 내년에도 좋은 성적 거둬야지.

　내년 한국시리즈에서 또 만나자. 멋진 승부 겨뤄봤으면 좋겠어. 다음에는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야. 내년 시즌에 웃으면서 보자. 　

FROM 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