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편지]김시진 감독이 히어로즈 장원삼에게

입력 : 2008.12.02 20:11

TO 장원삼

　원삼아, 금요일(11월28일) 원당구장에서 너를 본 뒤 닷새 만에 신문지면을 통해 몇자 적는다.
　너와 나에게 올 겨울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삼성으로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너와 작별 전화를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일이 지났구나.
　그때를 기억하지? 서로 전화기를 들고 한동안 말을 못하고 침묵만이 흘렀던 순간 말이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는데 “새로운 곳에서 성공하길 바란다”는 말밖에는 해줄 게 없더라.
　나도 선수 시절 갑자기 트레이드당했기 때문에 너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인생의 선배로서 한마디 한다면 마음의 상처는 오랫동안 남겠지만 이것도 삶의 일부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비가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는 말도 있잖니.
　원당에서 “지난 일은 다 잊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내년에는 좋은 성적을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해줬을 때 오히려 내가 많은 위로를 받았다. 농담까지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원삼아, 나는 너를 믿는다.
　3년간 함께 생활하면서 너는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고 방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번 트레이드 파문이 순간적으로는 힘들겠지만 충분히 이겨내리라 확신한다.
　올해를 되돌아보면 꼭 나쁜 일만 일어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도 너에겐 큰 행운이다.
　내년에도 부상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주는 투수가 되길 바란다. 또 팀을 이끄는 주축선수로서 어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다오.
　원삼이 너는 성격상 꾸준하게 장수할 수 있는 투수라고 생각한다. 감독으로서 최고의 투수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마.
　우리 내년에도 힘을 합쳐 힘차게 그라운드에서 뛰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