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희섭 형
　
　희섭 형, 저 중근이에요.

　편지로 만나니 또 새롭죠. 사실, 정말 열심히 운동한다는 얘기는 듣고 있었는데 엄청난 훈련량으로 체중도 많이 줄였다는 신문기사까지 보고 나니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형이 내년에 정말 좋은 모습 보이겠구나 하는 기대도 엄청 되고, 괜히 기분 좋아지더라고요. 솔직히 형한테 굉장히 미안했거든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마음으로 간절한데 행동이 따라주지 않아 못했던 것들 말이에요.

　한국에 먼저 온 제가 형한테 뭔가 도움이 됐어야 했는데 늘 생각만 하고 실제로는 거의 도움이 못된 것 같아요.

　미국에 있을 때는 형한테 참 많이 의지했었는데…. 그때만 해도 그랬잖아요. 소속팀은 달랐어도 올스타 브레이크나 오프 시즌 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전화 통화해서 바로 만나곤 했잖아요.

　2004년인가, 그때는 어깨 수술하고 참 힘들었는데 형하고 이런저런 얘기하며 위안도 받고 힘도 얻고 그랬어요. 한국프로야구에서는 제가 형이 잘 적응하도록 작은 조언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무 것도 못한 것 같아요.

　이런저런 추억을 더듬다보니 2003년 겨울 생각이 나네요. 남해에서 함께 훈련했잖아요.

　그때 형이랑 저랑 타격훈련 함께 했던 거 기억나요. 그때 형이 타격에 대해 많이 가르쳐줬는데…. 애틀랜타에서 뛸 때만 해도 저도 이따금 방망이 칠 기회가 있어서 타격훈련이 필요했잖아요.

　그러고 보니 그때 장난으로 홈런더비한다고 대결하다가 제가 더 많이 담장을 넘겨 함께 웃기도 했잖아요. 형이 “이래선 안되겠다”며 웨이트 트레이닝 중요성을 강조하고 새삼 각오도 다지고 그래서 그 모습 보고 한참 웃고 그랬는데 그런 것들이 벌써 옛날 일이 됐네요.

　희섭 형, 내년에는 형도 저도 정말 잘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12월이지만 저도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

　형 근황이 담긴 기사들을 자세히 읽어보니 거의 지옥훈련이던데 내년 시즌 형하고 멋진 대결이 벌써부터 기대돼요. 이왕이면 우리 꼭 포스트시즌에서 만나 보기 좋게 뛰어보자고요.

　형, 다시 한번 고백합니다. 올해는 정말 죄송스러웠어요. 형에게는 꽤 힘겨운 시즌이었는데 따뜻한 말 한번 제대로 못한 것 같아요.

　내년에는 우리 서로 축하하는 전화만 자주 할 수 있도록 겨울에 땀 많이 흘리자고요. 희섭 형! 믿어요.

From 동생 중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