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유지현 전 LG코치님

가끔 전화 드렸는데 이번에는 글로 쓰려니 어떻게 불러야 할지부터 고민이네요. 함께 선수로 뛸 때처럼 형이라고 불러야하는지, 아니면 유코치님…. 지금은 미국에서 코치 연수 중이시니까 편안하게 형이라고 부르는 게 낫겠죠.

지현 형. FA 계약을 하고 나니 올겨울 적잖게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러던 중 형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형이랑 룸메이트로 한방 쓴 것만 몇 년인가요. 2000년부터 근 5년은 되죠. 새삼 그때 얘기를 하는 것은 형과 함께했기에 지금의 저도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형은 다정한 스타일이면서도 제게는 꽤나 어려운 존재였어요. 그라운드에서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그날 밤 어김없었잖아요. 어찌나 구석구석 꼬집어 지적해 주시는지 아직도 그 목소리가 귓가를 울릴 정돕니다.

사실, 야구 얘기만 나오면 엄청나게 진지하셨잖아요. 마치 저는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기술적인 부분 못지않게 정신적으로 이런저런 충고를 많이 해주셨는데 그런 것들이 제 야구인생의 밑거름이 되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지금도 형에게 도움을 받는 것 같아요. 형이 ‘스포츠칸’에 연재하고 있는 ‘식스센스’라는 칼럼을 보며 고개를 끄덕일 때가 많아요. 야구장에서의 경험담에 주변생활에 대한 느낌까지 전하고 계신 형의 근황도 알 수 있어 여러모로 유익합니다.

저는 내년이 정말 기대됩니다. 꼭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일단 5년 동안 가지 못했던 포스트시즌에 꼭 가야겠습니다. 형이 팀의 중심이 돼 우리 팀을 전성기로 끌고갔던 시절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겠습니다.

그것을 위해 지금도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1년 내내 마스크를 써도 탈이 안 나도록 북한산도 타고, 스포츠센터에서 웨이트트레이닝도 하며 집중적으로 하체를 단련하고 있어요. 그 언제 형이 해줬던 조언대로 자기관리 열심히 하고 있으니 믿어주세요.

또 하나, 내년 겨울이면 돌아올 형과의 만남이 기다려집니다. 내년까지 코치연수 잘하시고 멋지게 복귀하시겠죠. 다시 같은 유니폼을 입고 함께 웃을 날을 기다립니다.

From LG 조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