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규수

　규수야, 잘 지내고 있냐. 승호다.

　한국시리즈 때 문자와 전화 여러번 줬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답장을 못했네. 전화해야지 생각해놓고 또 아시아시리즈다 뭐다 해서 자꾸 잊었어. 정말로 미안하다.

　그래서 이렇게 편지를 쓴다. 나한테 가장 소중한 친구가 너잖아.

　세월이 참 빠르다. 우리가 친구가 된 지도 벌써 17년이 지났어.

　너는 천안에서, 나는 군산에서 야구하던 초등학교 때 우리 연습 경기 가면 서로의 집에서 묵곤 했잖냐. 지금 초등학생 야구부도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성격도 비슷하고 자꾸 그렇게 만나다보니까 금세 친해졌는데 벌써 20년이 다 돼간다.

　우리가 데뷔한 것도 벌써 8년이다. 둘이 신인왕 다툴 때가 참 좋았는데 말이야.

　서로 “네가 받아라”고 미뤘잖아. 야구장에서 둘이 만나면 친구인데다 성적도 비슷하다고, 주위에서 항상 신인왕 얘기를 물어 얼굴 빨개지곤 했는데 말이야. 그래도 난 선발로 10승한 네가 훨씬 낫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내가 받아서 정말 깜짝 놀랐지.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우리 둘 다 정상에 있던 그때, 뭘 잘 모를 때였지만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

　사실 올해 네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우리 올해 초 대전에서 2군 게임할 때 봤잖아. 군대 갔다와서 복귀했는데 마음먹은 대로 되질 않아서 많이 속상해했지.

　네가 지금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지 나도 잘 안다. 친구끼리 닮는다고, 네가 군대 다녀오는 동안 나는 부상 때문에 3년이나 쉬었잖아. 오랫동안 쉬었다가 다시 마운드에 서는 거 정말 힘들더라고. 열심히 한다고 이 악물고 했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얼마나 속상한지,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르겠지. 하지만 이겨내는 수밖에 없지 않겠냐. 우리가 좋아하는 야구를 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나는 올해 널 걱정만 했는데, 너는 또 내게 힘이 돼줬다. 후반기에 내가 1군에 가서 조금씩 좋아질 때, 너도 그렇게 힘들면서 “친구가 잘 하니까 나도 좋다”고 문자 자주 보내줬잖아. 속 깊은 네가 친구여서 참 좋다.

　난 너를 믿는다. 네가 운동 하나만큼은 엄청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잖아. 한화 사람들 볼 때마다 네 얘길 묻곤 해. 지난번 선수협 총회에서는 김민재 선배께 네 얘기를 여쭤봤어.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하시더라.

　우리 이 힘든 시간 이겨내고 꼭 다시 함께 부활하자. 빨리 각자 있었던 자리를 찾아서 다시 한번 좋은 성적으로 정상에서 만나자. 신인왕을 다퉜던 2000년처럼 같이 1군 무대에서 라이벌로 겨뤄보자고.

　난 이제 곧 지옥훈련에 들어간다. 죽었다 생각하고 또 한번 열심히 뛰려고 해. 너도 겨울 동안 운동 열심히 하고 웃으면서 운동장에서 보자. 잘 지내라. 전화할게.

　FROM. 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