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못넣어?" "뛰는 거야 기어다니는거야." "내가 차는게 더 낫겠다."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축구 대표팀 스트라이커에 대한 일반인의 기대치는 도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스트라이커가 짊어지고 가야하는 숙명이라지만 그리 간단치 않다. 12년간 한국 대표팀 최전방을 지켜온 황선홍 부산아이파크 감독은 "스트라이커라면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지만, 그 심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황 감독은 94년 미국월드컵 때 쏟아지는 비난에 "축구를 그만두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25살의 '진지 청년' 박주영(AS모나코)도 이 숙명을 피해갈 수 없다. 

10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화려한 발재간에 감각적이고 한박자 빠른 슈팅을 날리며 단숨에 한국축구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그동안 한국축구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진정한 골잡이가 나타났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런 기대 속에 '축구 천재'가 21살의 나이에 맞은 2006 독일월드컵. 1승1무로 비기기만해도 16강에 갈 수있는 마지막 스위스전에 부름을 받은 박주영은 마침내 월드컵 그라운드를 처음으로 밟았다. 그러나 의욕이 넘쳤을까. 그의 불필요한 반칙이 첫번째 골을 내준 빌미가 됐고, 결국 한국은 스위스에 졌다. 4년전 먼저 달성할 수 있었던 사상 첫 원정 16강의 꿈도 날아갔다. 

'축구천재'는 한순간에 고개를 들 수 없는 '흉악범'이 되고 말았다.

4년을 별러 기다린 2010 남아공월드컵이었다. 대표팀 부동의 스트라이커로 자리를 굳힌 그는 한국 16강의 해결사가 되리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조별리그 2차전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 자책골을 넣어 다시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또 다시 비난이 일었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는 고개 숙이지 않았다. 

동료와 코칭스태프의 든든한 신뢰 속에 마음을 다잡고 돌아올 수 없는 과거 대신 다가올 미래에 집중했다. 그리고 한국의 운명이 걸린 3차전 마침내 '축구천재' 박주영은 세계가 놀랄 그림같은 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그동안 부진을 날려버린 절묘한 프리킥 골이었다.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행을 결정하는 천금같은 골에 무표정한 축구천재는 마침내 울분을 토해냈다. 그는 "마음 고생은 경기 다음날 털어냈다. 주위에서 부담을 갖지 않게 많이 도와줬다. 감독 등 코치진도 개의치 말라고 했다"면서 "실수는 경기를 통해 만회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준비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멈추지 말고 계속 도전하겠다. 한걸음 한걸음 새 목표에 도전하겠다"며 8강 도전에 대한 굳은 의지를 드러낸 박주영. 우루과이전에서 그가 혹시 실수를 할 지도 모르겠지만 고개를 떨구지는 않을 것같다. 

당당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간판 스트라이커의 무게를 이겨낼 만큼 훌쩍 성장한 박주영이다. 그가 있어 또 다시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