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메인 디포(잉글랜드)는 축구 종가를 살렸고, 랜던 도너번(미국)은 종료직전 수렁에 빠지던 미국을 건졌다.

2010 남아공 월드컵 C조예선이 종료 휘슬 직전 조1·2위가 가려지는 접전끝에 미국과 잉글랜드가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다.

잉글랜드는 23일 요하네스버그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슬로베니아와의 C조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전반 23분 터진 저메인 디포(토트넘)의 선제골을 끝까지 잘 지켜 1-0으로 이겼다.

이로써 1승2무(승점 5)가 된 잉글랜드는 알제리를 역시 1-0으로 꺾은 미국과 동률을 이뤘으나 골득실차로 조2위에 올라 16강에 합류했다.

반면 과거 유고 시절 동유럽 축구 강자로 군림하던 슬로베니아는 잉글랜드와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으나 잉글랜드에 패한데다 미국이 종료 직전 도너번의 골로 알제리에 1-0으로 승리함에 따라 조3위로 밀리며 탈락했다.

잉글랜드는 ‘지면 탈락하는’ 벼랑끝 승부답게 경기 초반부터 강하게 슬로베니아를 밀어붙였다.

중앙과 좌우 측면을 넘나들며 날카로운 패스플레이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잉글랜드는 결국 전반 23분 제임스 밀너(애스턴빌라)의 오른쪽 크로스를 저메인 디포가 오른 무릎으로 밀어넣으며 기선을 잡았다.

골을 넣고 분위기를 탄 잉글랜드는 볼 점유율을 높이며 공세 수위를 더 높였다.

전반 27분 또 다시 밀너의 크로스를 받아 프랭크 램퍼드(첼시)가 기습 슈팅을 했고, 후반에도 디포와 웨인 루니(맨유)가 고삐를 늦추지 않고 수시로 골문을 두드렸다.

불안한 1골 리드를 이어가던 잉글랜드는 하지만 패스의 정확도와 막판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추가골 사냥엔 실패했다.

같은 시간 로푸투스 페르스펠트 스타디움에서는 벌어진 미국-알제리전의 결과는 한편의 드라마였다. 두팀은 이기기만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으나 정규시간내에 승부를 가리지 못하다 추가시간에 도너번의 결승골로 미국이 16강에 진출했다.

이로써 미국은 8년만에 16강진출에 성공했지만, 알제리는 아프리카 대륙서 열리는 홈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남아공에 이어 16강탈락의 쓴맛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