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터프가이' 김남일과 '차미네이터' 차두리다.
한국 축구의 운명을 가른 나이지리아전. 둘은 아차하는 실수로 16강을 날릴 뻔했다.
먼저 차두리가 지옥을 경험했다. 전반 12분 나이지리아의 오른쪽 측면 수비수인 치디 오디아가 순식간에 공격에 가담해 문전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반대편에는 볼을 걷어내기 위해 기다리던 차두리는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진 뒤 눈 깜짝할 사이에 뒤를 돌아서 앞으로 파고든 미드필드 칼루 우체가 놓쳐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다.
강심장에 '차로봇'이라지만 차두리도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다.
경기 뒤 차두리는 "내 실수로 선제골을 내준 뒤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무척 신경썼다. 이기지는 못했지만 다행히 16강 진출이라는 결과를 얻어 기쁘다. 지옥에서 저승사자를 보고 돌아온 기분이다"고 한숨을 돌렸다.
어지간한 실수에 눈도 깜짝 안하는 '진공청소기' 김남일도 가슴 철렁한 실수로 지옥을 맛봤다. 박주영의 통쾌한 프리킥으로 2-1로 앞서가던 후반 24분 페널티지역 안에서 볼을 가로챈 뒤 끌고나오다 오바시에게 뺏기자 뒤에서 무리한 태클을 하다 페널티킥을 내준 것.
야쿠보의 슛으로 2-2. 이후 김남일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추가실점을 막기 위해 몸을 던졌고, 혀가 타들어가는 심정으로 뛰었다.
김남일은 경기 뒤 "페널티킥을 내줬을 때 주영이가 '형 괜찮아'라며 위로해 줬다. 아르헨티나전 자책골에, 그동안 월드컵 불운으로 마음 고생이 심했을텐데 위로해주서 고맙고 힘이 됐다"면서 "한국 축구사에 안좋은 기록을 남길 뻔했는데 천만다행"이라고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