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대회에는 늘 깜짝스타의 등장이 승리 동력이 되곤 한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뤄낸 대표팀의 깜짝 해결사는 단연 중앙 수비수 이정수(30·가시마 앤틀러스)다. 

골넣는 수비수 이정수는 2골로 대표팀내 최다 득점을 기록하며 16강행의 일등공신이 됐다. 골도 모두 순도높다. 첫골은 그리스전 결승선제골이고, 두번째골은 나이지리아전서 추격을 실마리를 푸는 추격골이었다.

득점 상황은 비슷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기성용(셀틱)이 감아올려준 프리킥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나이지리아전 추격골은 헤딩을 시도하려다 빗맞았지만 감각적으로 내민 오른발에 맞혀 귀중한 골로 연결시켰다. 

네티즌은 '헤발슛'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이정수의 활약을 반겼다. 

'도둑질도 해본 사람이 한다'고 이정수의 탁월한 득점력은 우연이 아니다. 

이정수는 공격수 출신이다. 2002년 안양 LG(현 FC 서울)에 공격수로 입단했으나 당시 조광래 감독의 조언으로 수비수로 전향했다. 쟁쟁한 공격수가 버티는 탓에 경기 출전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185㎝·76㎏의 듬직한 하드웨어에 센스까지 지닌 이정수는 이후 인천과 수원을 거치면서 국대 수비수로 성장했다. 

그러나 득점 본능을 숨길 수 없었던 이정수는 세트피스 상황만 되면 큰 키와 탁월한 위치 선정으로 위협적으로 공격에 가담해 '골 넣는 수비수'라는 명성을 쌓았다. 

지난해 교토 퍼플상가에서 5골, 월드컵 직전까지 대표팀에서도 22경기에 출전해 2골을 넣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2골을 넣은 이정수는 94년 미국월드컵 홍명보(올림픽 대표팀 감독), 2002년 한일월드컵 안정환(다롄 스더)에 이어 대표팀 사상 역대 3번째로 한 대회 2골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수비수로서는 홍명보 감독에 이어 두번째다.

16강전부터 만나는 상대는 조별예선보다 더 어려워진다. 강팀과의 승부일수록 세트피스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정수의 존재감은 대표팀에 더욱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