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한국 축구가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54년 스위스 월드컵을 시작으로 8차례 본선 무대를 밟은 끝에 이뤄낸 값진 결실이다. 무려 56년만에 이룬 원정 16강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우선 대표팀의 기량이 향상됐다. 그동안 한국은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늘 세계의 벽을 절감했다. 주눅들어 제 실력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는 체력은 물론 기량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그리스전에선 시종일관 경기를 지배했고, 부담이 컸단 나이지리아전서도 선제골을 내주고도 침착하게 경기을 운영, 동점골과 역전골까지 터뜨리는 힘을 보여줬다.

아시아를 탈피해 유럽 등지에서 활약하는 많은 해외파도 경쟁력을 키웠다.

이번 대표팀 최종엔트리 23명 중 해외파는 무려 10명. 역대 월드컵 사상 최다이다. 

잉글랜드의 프리미어십을 비롯, 세계 각국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경험은 월드컵라는 큰무대에서 빛났다. 

성공적인 세대교체도 빼놓을 수 없다.

대표팀의 중심축은 이른바 '양박쌍용'으로 대표되는 '검지세대'.

박주영(25·AS모나코)·이청용(22·볼턴)·기성용(21·셀틱) 등이 겁모르고 당당한 20대 초반의 신세대이고, 대표팀의 주장을 맡은 박지성도 29살로 아직 20대다.

특히 대표팀에서 상징적인 세대교체는 골키퍼. 십수년동안 부동의 수문장으로 대표팀의 골문을 지켰던 이운재(37·수원)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정성룡(25·성남)에게 장갑을 넘겨줬다. 정성룡은 월드컵 첫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플레이와 침착한 리드도 '차세대 골키퍼'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했다.

또 이번대회 아직 그라운드를 밟아보지 못했으나 허 감독이 미래를 위해 발탁한 이승렬(21·서울)·김보경(21·오이타)도 세대교체 희망의 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