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끈 허정무 감독. 2007년 말 7년간 외국인에게 내줬던 지휘봉을 되찾은 허 감독은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목표로 비장한 각오로 밝혀왔다. 

자칫 공언(空言)이 될 수도 있었지만 허 감독은 뚝심과 도전정신으로 공언(公言)을 지켰다.

축구 팬의 기억에 남을 만한 그동안 발언을 되짚어본다. 

▲"나의 축구 인생을 걸겠다"=2007년 12월 취임 일성이었다. 외국인 감독으로 두번의 월드컵을 치르면 성적을 거둬 국내 감독에 대한 불신론이 가시지 않은 상황과 언론의 냉대속에 허 감독은 취임기자회견에서 "축구 인생을 걸겠다"는 말을 3번이나 반복했고, 결국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성공했다.

▲"호시우보(虎視牛步), 호시탐탐(虎視耽耽)의 자세로 월드컵을 준비하겠다"=새해들어 1월3일 첫 대표팀을 소집한 뒤 월드컵이 실감난다며 사자성어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다. 호랑이 같은 예리한 판단력과 소와 같은 우직함으로 준비한 뒤 본선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잡겠다는 뜻이었다.

▲"사고 칠 준비돼 있고, 자격도 있다. '유쾌한 도전'을 시작하겠다"=4월20일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우승 트로피 행사에 참석해 모든 선수에게 기대한다며 선수들에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유쾌한 도전'을 해보자고 말해주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아공에 한국 축구의 발자취를 남기고 싶다"=지난 5일 남아공에 입성한 뒤 "23명의 선수 모두 기분이 좋다. 본선 마당에 첫 걸음을 뗀 만큼 한국 축구의 발자취를 남기고 싶은 열망이 있다"며 16강 진출의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듯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때가 됐다"=아르헨티나와 2차전을 앞두고 미디어데이에서 '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뜻으로 전의를 다졌다. 

▲"대한민국의 이름을 걸고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각오로 나서겠다"=나이지리아전에 앞서 비장한 각오를 밝히며 심정을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의 사자성어로 대신했다. 

아마 바둑 4단인 허 감독은 이밖에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내 돌을 먼저 살리고 나서 상대의 돌을 잡으러 간다), 세고취화(勢孤取和:형세가 불리하면 싸우지 않고 평화를 취한다), 공피고아(攻彼顧我:적을 공격할 때는 먼저 나의 능력을 살핀다), 피강자보(彼强自保:적이 강하면 우선 나를 돌본다) 등 바둑 격언으로 자신의 심경을 표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