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은 쾌거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나이지리아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사실 그다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태극호는 23일 나이지리아와 조별리그 3차전에서 체력 저하를 드러냈다. 그리스전과 비교하면 한참 처지는 움직임에, 세밀함도 부족했다.

다행히 나이지리아가 순간적으로 위협적이지만 뛰는 양이 많지 않고 플레이도 유기적이지 못해 대응하기가 그나마 수월했다.

긴장도가 심한 큰 대회다보니 앞서 2경기에서 체력 소모가 많았다. 따라서 16강전에 앞두고 남은 기간동안 체력을 원상태로 회복하는게 과제로 떠올랐다. 

대표팀은 나이지리아의 노장 공격수 은완코 카누(34)를 효과적으로 봉쇄하지 못했다. 

이번대회들어 첫 출전한 카누는 명성에 맞게 예리한 기술로 여러차례 위협적인 플레이를 보였지만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듯 활동량이나 스피드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만약 카누의 기동력까지 살아났다면 대표팀에게 위협이 될 만한 상황이 여러번 노출됐다.

전반 선제골을 내준 장면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상대의 측면 풀백 치디 오디아의 순간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허용했고, 수비수 뒤로 돌아오는 미드필드 칼루 우체를 놓쳐 실점했다.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실점으로 수비수의 순간적인 방심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16강 상대 우루과이는 잔 기술과 재치있는 플레이가 뛰어나 좋아 수비수의 실수 하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연결될 수 있다.

대표팀의 조커 활용도가 낮은 것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조별예선 3경기에서 후반에 꾸준히 투입된 김남일을 제외하면 교체 출전한 선수는 이동국·김재성·이승렬 등 3명으로, 10분을 채 뛰지 못했다.

16강전도 베스트11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전의 체력저하가 왔을 때 주전과 백업요원의 불균형이 전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지 우려된다.